'약속의 8회' 한국, 도미니카에 6점 차 뒤집는 대역전승

[프리미어12] 류중일호, 도미니카에 9-6 역전승 '기사회생'

[윤현 기자]

한국 야구가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6점 차를 뒤집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4차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9-6으로 이겼다.

6회초까지 0-6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암울했던 한국, 도미니카 불펜 무너뜨리며 추격전

▲ 16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8회말 2사 2,3루에서 박성한이 역전 적시타를 친 뒤 김재걸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날 '숙적' 일본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한국은 이날도 경기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다.

선발 임찬규가 3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구원 등판한 소형준(1이닝 1실점)과 조병현(1.2이닝 2실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6점을 내줬다.

앞서 1~3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들이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려간 탓에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줘야 할 임찬규마저 4회를 넘기지 못하면서 한국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타선도 도미니카공화국 선발 프랑클린 클로메에게 5회 투아웃까지 퍼펙트로 끌려가다가 송성문이 간신히 첫 안타를 터트릴 정도로 빈타에 시달렸다. 또한 슈퍼스타 김도영은 6회 수비 도중 골반 통증으로 빠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러나 6회말부터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박성한과 최원준의 8, 9번 타자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든 한국은 홍창기의 내야 땅볼로 1사 2, 3루 기회를 이어갔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신민재가 투수 앞 땅볼을 치며 기회를 날리는 듯했으나, 상대 투수 엑토르 페레스의 1루 송구가 빗나가는 행운이 따르면서 박성한과 최원준이 모두 홈을 밟았다.

분위기가 살아난 한국은 문보경이 우중월 2루타를 쳤고, 박동원의 좌중월 2루타를 터뜨리며 4-6으로 따라 부었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 여전히 '바늘구멍' 경우의 수

▲ 16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9-6으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의 류중일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이날 패하면 사실상 탈락이 확정되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한국은 '약속의 8회'에 마침내 경기를 뒤집었다.

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마무리투수 박영현을 올리는 강수로 8회초를 잘 막아낸 한국은 8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나승엽이 우전 안타, 박동원이 좌전 안타를 치며 1,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송성문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점 차로 좁힌 한국은 박성한이 도미니카공화국 마무리투수 디에고 카스티요의 변화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짜릿한 2타점 3루타를 치면서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최원준의 우익선상 2루타, 홍창기의 중전 안타까지 터지면서 9-6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박영현이 9회에도 등판해 도미니카공화국의 마지막 반격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면서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로써 2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3승), 대만(2승 1패)에 이어 B조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는 경우의 수는 남아 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일단 18일 열릴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조건 이긴 뒤 대만 호주, 쿠바와의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거나 쿠바가 남은 일본전, 대만전을 모두 승리해서 한국, 대만, 쿠바가 3승 2패 동률이 되어 이닝당 극점과 실점을 계산하는 TQB를 따져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17일 경기에서 대만이 호주를 꺾고, 일본이 쿠바를 이긴다면 호주전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은 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