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얌체 같은 교인 보셨나요 [강현숙 작가의 교인 풍경-14]
이런 경험, 있으시죠. 모임에서 여럿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을 때면 꼭 얌체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탁에 놓인 여러 음식 중에서 비싼 음식이나 리필이 되지 않는 특정 음식만 쏙쏙 골라서 가져다 먹는데, 그걸 보면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모습이 너무 얄밉기 때문이죠.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는 말은 ‘케이크 위에 얹어져 있는 체리만 골라서 먹는다’라는 뜻으로 위의 예에서처럼 자기 실속만 차리는 사람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원래는 과수원에서 좋은 체리만을 수확하여 판매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과수원 주인은 수확한 체리 중에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는 체리만을 골라서 판매를 한다고 하죠. 그래야 잘 팔리니까요.
과수원에서 유래된 체리피킹은 현재 교회 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특별한 날 교회에서 선물로 머그잔이나 수건 등을 마련하면 예배를 드리기도 전에 자기 걸 미리미리 챙겨두는 사람이 있죠. 어느 때는 장기결석자나 전도대상자에게 갖다 주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 것까지 챙겨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 행사가 끝나면 선물을 아무리 넉넉하게 준비해도 남는 것이 없지요.
체리피킹은 물건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죠. 자신이 속한 구역이나 여전도회에서 교회 청소를 하거나 주방 봉사를 할 때면 빠지는 일은 없는데, 가장 쉽고 편한 일만 골라서 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체리피커: 실속만 챙기려는 고객 혹은 교인?
이번에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입니다. ‘체리피커’는 한마디로 ‘얌체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리피커’라는 말은 주로 마케팅에서 사용되는데, 상품은 구매하지 않으면서 실속만 챙기려는 고객을 지칭할 때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만들 때 상담직원이 카드를 만들고서 최소한 5번 이상은 카드를 사용해야 몇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면, 혜택을 받기 위해 딱 5번만 그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생일 할인을 받기 위해 멤버십에 가입했다가 생일 할인만 받고 끝내버리는 사람도 있지요.
마찬가지로 ‘체리피커’같은 교인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교회에 등록했다가 더는 교회에서 얻을 이득이 없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교회를 떠나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풍경 1’에서 소개했던 버나드(Bernard of Clairvaux)의 사랑의 4단계 중 2단계인 ‘자신을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교회에 등록해서 참으로 열심히 교회와 교인들을 섬깁니다. 예배참석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서 하는 각종 행사에도 적극적입니다. 행사 때마다 물질로 도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내서 함께 참여합니다. 그러니 교회의 ‘복덩이’, ‘사랑둥이’가 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물건을 사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물건으로 시작해 같은 구역원들에게 권하는 정도였지만, 점점 ‘작은 물건에서 큰 물건’을, 그리고 ‘구역원들에게서 전체 교인들’에게로 확대되니까 교인들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 성도를 자꾸만 피하려 들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물건을 팔고 사는 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고 그래서 관계가 삐 끄덕거리면 상처를 받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죠. 그러다 누군가가 교회를 떠나는 일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를 떠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고 해서 잘 마무리가 된 건 아니죠. 그 일로 인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관계 안에서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교회에 등록한 새신자가 비슷한 사업을 한다고 하면 교인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처럼 그 새 신자에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둡니다. 그러면 그 새 신자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또다시 교회를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전도 대원이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분을 전도하면서 복음만 전하면 되는데, 전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보니 “아무개 씨, 우리 교회에 등록만 하면 교인들이 화장품 많이 팔아줄 거야”라고 합니다. 그러면 가게 주인은 혹하겠죠.
그런 다음에는 ‘새신자를 위해 화장품 좀 팔아주라’며 교인들을 데리고 갑니다. 그러면 교인들은 본인이 계속 써온 브랜드의 화장품이 있지만 마지못해 비싼 가격의 화장품을 사게 되는데, 이것도 관계 속에서 갈등의 소지로 남습니다.
이사하면 교회를 어떻게 택해야 할까요
이런 일도 있습니다. 멀리 이사하면 교회를 새로 정해야 하잖아요. 이럴 때 먼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을 통해 집에서 가까운 같은 교단의 교회를 소개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교회들을 쇼핑하듯이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면 인터넷을 검색해서 교회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죠.
이를테면 A 교회는 영어예배가 있으니까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B 교회는 변호사들이 교인의 10분의 1이나 된다고 하던데, 그런 교회에 나가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C 교회는 문화센터가 있으니까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무료로 혹은 실비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처럼 교회를 선택할 때도 실속(?)을 챙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단이 아닌 정통교회라면 교회가 크든 작든 성령님이 함께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부족하고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이어도 우리 안에는 예수님이라는 보배가 담긴 것처럼, 교회도 작든 크든 성령님이 함께하셔서 역사하고 계시죠.
때로는 길가나 주택가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의 교회만이 최고로 좋은 교회인 양 그래서 꼭 그 교회에 다녀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선물도 주고 하는데, 그런 ‘개교회주의’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체리슈머: 합리적인 소비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체리피킹’에서 ‘체리피커’라는 말이 나왔고 최근에는 ‘체리슈머(cherrysumer)’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2023년 트렌드코리아의 키워드로 소개됐습니다. ‘체리슈머’는 구매를 하지 않고 실속만 챙기는 ‘체리피커’에서 파생되었지만, ‘체리피커’와 달리 ‘체리슈머’는 공동구매를 한다든지 아니면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나누어서 물건을 구매하는 등 합리적인 소비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이렇게 필요한 만큼만 선택해서 구매하니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러다 보니 중고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방식인 ‘체리슈머’에 해당합니다.
교회에서도 ‘체리슈머’같은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지요. 이들은 자신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낭비하지 않고 알뜰함이 몸에 배어 있으니까요. 그것이 한 개인에게 한정될 때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일 수 있지만, 교인들과의 관계에서는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이런 권사님이 계십니다. 이분은 설 연휴가 지나면 몇몇 교인들에게 묻습니다. “집사님, 김치 떨어졌지. 우리 김장김치 맛있는데 좀 줄까”라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실제로 김치가 다 떨어져 가기도 하고 때로는 거절하기가 뭣해서 달라고는 한답니다. 하지만 김치를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김장김치가 시어지기 전, 맛있게 익었을 때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아, 맞아. 우리 교회 OO 집사야말로 체리피킹이야.’, 혹은 ‘우리 교회 OO 권사는 교인들을 호구로 생각한다니까. 체리피커야’, ‘자기가 받은 증정품을 생일 선물로 주는 OO 권사님은 영락없는 체리슈머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시는지요.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 속에 혹 체리피킹 체리피커 그리고 체리슈머의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글=강현숙 작가, 치매돌봄 전문가, ‘오십의 마음 사전’(유노책주) ‘치매지만 하나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생명의말씀사) 저자
편집=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미션에 접속하세요! 어제보다 좋은 오늘이 열립니다 [더미션 바로가기]
- MZ·새신자가 끌린 교회엔 □□□이 있다
- “기독교인은 기독교 개종자 아닌 예수의 도제”
- 하트풀리… 프레이… 설교 중 갑툭튀 영어 집중도 해친다
- 기적의 치유 간증… 기독인 일상 공유… “SNS, 복음 파종 도구”
- “목사·청년·헌금 3無 제자교육 꿈 못꿔”… 섬 사역 고충 나눈다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