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피해 간 HL만도·뷰티 잡은 코스맥스 [생생中國]

2024. 1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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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에도 中서 잘나가는 K기업들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인 HL만도는 최근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한국 기업 중 하나다. 지리차, 니오, 창청자동차 등 전 세계적인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을 피해 가고 있는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앞다퉈 HL만도 부품을 사 가고 있기 때문이다. HL만도의 경우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손아래 동생인 故 정인영 HL그룹 회장이 창업한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HL만도 중국법인도 중국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드 사태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급격히 둔화됐다.

그러자 HL만도는 중국 현지 업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갈수록 빨라지는 데다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 그 결과 다수 중국 전기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덕분에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HL만도의 중국 내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어섰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년 치 매출과 맞먹는다. 증권가에서는 HL만도가 올 하반기에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도 중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지 색조 화장품 1위 업체인 이센그룹과 중국 광저우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이센그룹 제품 전부를 생산한다. 이센그룹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는 ‘퍼펙트다이어리’ ‘핑크베어’ 등이 있다. 코스맥스는 이 밖에도 300여개 중국 현지 브랜드에 납품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왕훙(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2022년 내놓은 클렌징폼 제품 생산량이 10배가량 급증했다. 한국의 다이소와 같은 중국 ‘미니소’에도 핸드크림 등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HL만도 中 상반기 매출 1조원 넘어

제과 업체인 오리온은 1993년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초코파이, 스윙칩, 오!감자, 예감, 고래밥 등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마트에서도 오리온의 중국명인 ‘하오리유(好麗友·좋은 친구)’ 제품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많은 중국 소비자가 한국 기업인지 모를 정도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도 HL만도, 코스맥스, 오리온 등은 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 확산 전인 2019년과 지난해 중국 매출 성장률을 비교하면 HL만도는 73%, 오리온은 21%, 코스맥스는 12%에 달한다.

이들 외에도 국내 대표 식품 기업인 풀무원은 2010년 중국에 진출한 후 간편식 파스타를 흥행시키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간편식 시장점유율은 70%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두부바와 냉동김밥을 새롭게 선보였다.

임플란트 업체인 덴티움도 중국 내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임플란트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2019년 1026억원이던 덴티움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2022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내 기업들은 업종이 다르지만,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제3국으로 수출하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현지화를 앞세워 중국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은 중국을 단일 시장으로 보지 않았다”며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하나의 국가만큼 크기 때문에 시장을 잘게 나누고 맞춤형 전략을 세운 기업만 살아남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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