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호, 한일전 역전패... '벼랑 끝' 탈락 위기

[프리미어12] 한국, 일본에 3-6 패배... B조 4위로 밀려나

[윤현 기자]

한국 야구가 숙적 일본에 패하며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3차전에서 일본과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 끝에 3-6으로 아쉽게 지고 말았다.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하며 B조 공동 4위로 밀려난 한국은 상위 2개 팀이 올라가는 슈퍼라운드에 자력으로 진출할 길이 막혔다.

앞으로 남은 도미니카공화국과 호주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뒤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를 가려야 한다.

치열한 타격전... 일본 에이스 난타한 한국 타선

한국은 일본 선발로 나선 올해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 우완 강속구 투수 다카하시 히로토를 공략하기 위해 왼손 타자를 대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은 1회초 선두타자 홍창기가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고 문보경도 좌전안타를 날려 1, 3루 기회를 잡았으나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2회초에는 박동원이 좌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이주형의 내야안타에 이어 홍창기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어코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은 2회말 모리시타 쇼타와 구리하라 료야의 연속 안타 등으로 2사 2, 3루를 만든 뒤 구레바야시 고타로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1-2로 역전했다.

1회말 일본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던 선발 최승용은 2회말 위기를 막지 못했고, 강습 타구에 발목을 맞는 불운까지 겹치며 1.2이닝 만에 4피안타 2실점을 남기고 강판당했다.

유영찬이 구원 등판해 추가 실점을 막은 한국은 4회초 박동원이 죄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5회초에는 신민재가 일본의 바뀐 투수 스미다 지히로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 땅볼과 도루로 3루까지 갔고, 대타 윤동희가 중월 2루타를 터뜨려 3-2로 역전했다.

선발 없는 야구의 한계... 믿었던 불펜마저 무너져

하지만 5회말 구원 투수로 나선 곽도규가 사사구 3개로 급격히 흔들리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영하를 투입했으나 마키 슈고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고 3-4로 다시 역전당했다.

한국은 7회말에도 최지민이 우전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내보내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던졌으나, 일본 4번 타자 모리시타에게 좌월 투런포를 맞으면서 3-6으로 점수 차가 더 벌어졌다.

결국 한국은 하위타선이 나선 8회와 9회 공격에서 점수를 올리지 못하면서 일본에 패하고 말았다.

한국은 원태인, 손주영, 문동주 등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며 선발진이 헐거워지자 불펜진을 강화했다.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더라고 구원 투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벌떼 야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걱정한 대로 선발진은 부진했다.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고영표가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졌고, 2차전 쿠바와의 경기에서는 곽빈이 무실점으로 역투했으나 4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이날 일본을 상대로 KBO리그 통산 8승(13패)에 불과하고 경험도 부족하지만 젊은 패기에 기대를 걸었던 최승용마저 선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을 이끈 구원 투수 곽도규와 정해영까지 각각 2실점으로 무너졌고, 투수 교체 타이밍도 한 박자씩 늦으면서 끝내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전날 쿠바전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공격을 이끌었던 김도영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국은 사활이 걸린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임찬규를 선발로 내세운다. 만약 이 경기에서도 패하면 사실상 탈락이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 역시 1승 2패로 몰린 상황이라 그야말로 총력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