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학교마다 합창단… ‘강마에 언니’와 여중생 파이터들, 단독무대 선다

김민주 2024. 1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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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점심시간 부산 사직여중 가사실에서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문구점을 지나고 장난감 집 지나서 학교 가는 길. 너랑 함께 가서 좋은 길.” 지난 14일 오후 12시40분쯤 부산 동래구에 있는 사직여중 1층 가사실에선 이런 노래가 울렸다. 강미순(41) 음악 교사 건반 반주 위에서 여중생 합창단이 화음을 쌓아 부른 ‘함께 걸어 좋은 길’이란 노래다. 강씨는 반주를 넣는 동시에 음정과 박자·강약에 신경을 기울였다. 건반을 치며 그가 “시선 떨어트리지 말고. 여기선 좀 더 소리를 아껴”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곧장 노랫소리와 자세를 가다듬었다. 연습이 진행된 30여분간 이들 스승과 제자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마추어 10대 합창단, 첫 단독공연 선다


강씨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른 학생들은 사직여중 합창단 ‘씽어쏭파이터’다. 이 학교 1~3학년 학생 35명으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16일 오후 5시 부산대 10ㆍ16기념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예술 계열이 아닌 일반 중학생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합창단이 대관 단독 공연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난 14일 점심시간 부산 사직여중 가사실에서 강미순 음악교사가 반주를 하며 씽어쏭파이터 합창단 연습을 지휘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강씨는 2006년 3월부터 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았다. 이듬해 처음으로 제자를 모아 합창단을 꾸렸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강씨는 ‘아파트 마을’이란 노래를 직접 편곡하고, 그해 처음 열린 부산학생중창대회에 참가해 동상을 탔다.


10년 넘게 학생 소통ㆍ발산 공간 돼줘


이후 10여년간 강씨는 옮기는 학교마다(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 제외) 합창단을 만들었다. 한 해가 다르게 사제ㆍ교우 관계가 삭막해지는 학교 현장에서 합창단을 통해 제자들과 웃고 떠들며 마음 놓고 소통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씽어쏭파이터’라는 이름에도 노래를 부르며 ‘중2병’ 등 10대 고민에 맞서 싸운다는 뜻이 담겼다.

단원은 가창 시험 때 눈여겨본 학생에게 강씨가 권유하거나, 반대로 제자가 강씨에게 직접 요청하는 식으로 모집했다. 이들은 점심 후 남는 약 30분을 활용해 일주일에 2, 3회 연습한다. 강씨는 “수업을 마치고 연습하면 학원 때문에 빠지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은 짧지만 모두 모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많다”고 했다.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이 교무실에서 교사들을 위한 감사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씽어쏭파이터 합창단

연습은 대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제자들도 강씨를 ‘음악 언니’ 등으로 친근하게 부른다고 한다. 강씨는 사직여중을 졸업해 단원들에게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하다. 씽어쏭파이터가 2007년부터 부산은 물론 전국 단위 합창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데 대해 강씨는 “‘가장 뛰어나진 못해도 가장 즐겁게 노래하자’는 게 씽어쏭파이터 모토다. 연습 시간이 짧더라도 모두 즐겁게 임했고, 대회 때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함께 만든 레퍼토리 들려 주고파”


씽어쏭파이터 합창단은 공공기관 행사 초청 공연은 많이 했지만, 단독으로 공연장을 빌려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강씨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레퍼토리를 가족과 친구·주민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합창단을 통해 선생님과 선후배가 화합하고, 지역에서 공연까지 할 수 있다면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 공연에서는 씽어쏭파이터 9기에 해당하는 사직여중 학생 35명이 무대에 오른다. 대관료는 강씨가 올해 교육문화특구 관련 공모 2건에 선정돼 받은 500만원에서 충당했다.
16일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공연하는 부산 사직여중 씽어쏭파이터 단원. 사진 씽어쏭파이터 합창단

‘학교를 노래하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날 공연 프로그램은 학교 일과에 따라 ‘등굣길’과 1~7교시, ‘종례’ 등 테마에 맞춘 10곡으로 꾸며졌다. 연습 때처럼 강씨가 피아노 반주를 하며, 시선은 아이들에게 집중되도록 지휘석은 비워둘 예정이라고 한다. 강씨는 “공연장은 350석 규모다. 합창단을 응원해준 분들께는 초대장 발송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객석을 채워줄 이들에게 “촬영에 집중하기보단 눈과 귀로 공연을 최대한 즐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단원들에겐 “혹시나 앵콜 요청이 나온다면 눈을 뒤집을 만큼 즐겁게 노래하자”고 말하며 웃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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