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판결로 갈라진 법원 앞…희비 엇갈린 보수·진보 진영 지지자
징역 1년·집유 2년 결과에 보수 진영 환호
충격에 빠진 진보 진영…법원 앞 서성여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은 38선처럼 반으로 쪼개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했다. 이 대표의 무죄를 바라는 진보 진영 지지자와 유죄를 바라는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오전 11시부터 와서 재판을 기다렸다. 경찰은 양측 진영의 충돌을 우려해 서관 앞 공간의 한 가운데에 10m 길이의 바리케이드를 쳤다. 왼쪽은 보수 진영 지지자, 오른쪽은 진보 진영 지지자만의 공간이었다.
양쪽 진영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가시 돋친 말을 던졌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한 보수 진영 지지자는 오른쪽 공간을 향해 "이재명 구속!"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양복 입은 한 노인도 "이재명은 청렴하다!"로 맞받아쳤다. 또 다른 여성이 "김건희 구속!"이라고 외치자 "김혜경은 벌금 150만원!"이라고 답했다. 몇몇 사람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바리케이드 너머로 팔을 휘두르기도 했다. 주먹은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았다.
김현우씨(62·남)는 양측 진영이 싸우는 한 가운데에 서서 이 대표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그는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에서 왔다. 김씨는 "무조건 (이 대표는) 무죄"라며 "억울하게 당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까 해서 법원을 찾았다. 저쪽(보수 진영)에서 자극하는 말을 해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도 간절한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거주하는 양재훈씨(59·남)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날 아침부터 법원에서 구호를 외쳤다. 그는 매주 토요일 덕수궁 앞에서 이 대표의 유죄 판결을 기원하는 집회를 열 만큼 절실한 심정이었다. "1심 선고까지 어떻게 2년이나 걸립니까. 그것만 봐도 이 대표는 탄압이 아니라 특혜를 받은 거죠. 도통 저쪽(진보 진영)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니까."
오후 2시16분, 이 대표가 법원에 도착했다. 50여명 모인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향해 "구속!" "감옥!" 등을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명가량 결집한 진보 진영 지지자의 목소리를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은 주먹을 높이 들고 "이재명! 무죄!"를 연호하면서 보수 진영 지지자의 목소리를 덮었다. 답답해서인지, 한 남성이 이 대표를 향해 운동화를 던졌다. 이 대표는 운동화에 맞지 않았고 경찰은 곧바로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그를 "신발 열사"라고 칭했다.
이 대표가 법정으로 들어가니, 잠깐의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각 진영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포털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며 뉴스를 기다렸다. 일부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 앞 삼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오후 2시45분, 집회를 진행하던 보수 유튜버 신혜식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속보가 나왔습니다.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2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내용이 허위랍니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환호하면서 "재명아 감옥 가자"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힘껏 휘저었다.
오후 3시, 판결을 기다리고 있던 진보 진영 지지자에게 누군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바라던 소식은 아니었다. 보수 유튜버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여러분! 1심 징역 나왔대요!"라고 말한 것. 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만 보면서 침묵했다. 아무리 쳐다봐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란 판결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지지자는 결과를 믿지 못했는지 "이거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주변 사람에게 계속 되물었다. 한 여성은 "김건희를 특검하라!"만 작게 외쳤다.
설성훈씨(65·남)는 이 대표가 법정에서 나오기도 전에 몸을 휙 돌아섰다. 그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떨린 목소리로 "도저히 가슴이 먹먹해서 이 대표를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사회를 믿을 수가 없어요.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거짓말하고 김건희 여사와 더한 악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법원이 이런 결과를…."
반면 보수 진영 지지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둥글게 서서 "만세!"를 외쳤다. 진보 진영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만세삼창을 하는 그들을 흘깃 쳐다봤다. 빨간 옷을 입은 유승태씨(78·남)는 흥분한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마다 악수를 청하면서 아는 체를 했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기꺼이 악수와 인사를 받아줬다. 유씨는 "이 대표가 얼마나 많은 악을 저질렀는데 정말 속이 시원한 결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옆으로 검은 양복을 입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나가자 "이재명은 악마야, 악마!"라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 사람들이 떠나자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여명은 재판이 끝나고도 한 시간 가까이 법원 앞을 머물렀다. 판결이 못내 아쉬운 진보 진영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법원을 향해 소리 지르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한 여성은 "사법부도 검찰과 함께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 이렇게 많은 의석수를 몰아줬는데 이 대표 하나 못 지킨다며 수박(비이재명계 멸칭)을 솎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중휘씨(67·남)는 파란색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법원 주변을 계속 서성였다. 왜 집에 가지 않냐고 묻자 "가슴이 아려서"라고 답했다. 김씨는 경제를 망친 윤석열 정권을 단죄하려면 이 대표가 필요한데 어려워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지켜오던 민주당을 포기할 순 없어요. 이 대표도 지켜야죠."
김씨는 오후 4시가 돼서야 법원 정문 밖을 나섰다. 그의 집은 남양주시다. 법원에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집까지 언제 가나…."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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