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아 이겼다, 한국이 승리할 수도 있었어"…일본 감독도 인정, 강조했던 '세대교체' 빛을 보나 [타이베이 현장]
(엑스포츠뉴스 타이베이(대만), 박정현 기자) 분명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세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조별리그 전적 1승 2패를 기록해 대회 탈락 위기에 처했다.
B조는 한국과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총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상위 2위 팀에 주어지는 슈퍼라운드행이 한일전 패배로 상당히 줄어들었다.
남은 일정인 도미니카공화국전(16일)과 호주전(18일)을 잡고난 뒤 일본, 대만(이상 2승), 호주(1승 1패), 도미니카공화국(1승 2패), 쿠바(2패) 등의 경기를 살펴봐야 한다.
확률이 많이 떨어지지만, 대회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대만과 호주, 한국 모두 3승 2패로 물리는 것이다. 일본이 조별리그 전승을 해 5승 무패를 만들고, 호주가 대만을 잡아야 하고, 우리는 호주를 제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대만, 호주가 나란히 3승 2패를 거두더라도 서로 간 상대 전적이 1승 1패가 되기에 동일 승률 시 팀 간 경기 결과를 따지는 '승자 승'이 아닌 득실 점수 차이로 순위를 가르는 팀 성적지표(Team Quality Balance·TQB) 규칙을 적용한다. 복잡한 단계까지 가야 슈퍼라운드 진출이 가려진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진출 방법이다.
대표팀은 이를 알기에 일본전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는 그라운드에서 드러났다. 올해 일본프로야구(NPB) 양대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를 기록한 다카하시 히로토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며 5회 전에 강판시켰다. 2회초 홍창기가 1타점 적시타를 쳤고, 4회초 박동원이 시원한 대표를 쏘아 올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투수진도 힘을 냈다. 선발 등판했던 최승용이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무4사구 2실점으로 2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그 뒤를 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호투하며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대표팀은 2-2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던 5회초 대타 윤동희의 1타점 2루타로 3-2 리드를 가져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득점 이후 곧바로 역전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구원 투수 곽도규가 2사 후 볼넷 2개와 사구 하나를 내줘 2사 만루에 처했다. 바뀐 투수 이영하는 불을 끄기 위해 등판했으나 마키 쇼고에게 2타점 역전타를 내줘 3-4로 역전당했다. 그리고 7회말 정해영이 2점 홈런을 맞아 3-6으로 패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 성적보다 '세대교체'에 중점을 맞추고 나왔다.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유망주를 엔트리에 기용했다. 대회 전부터 수차례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경험을 쌓으며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다. 특히 슈퍼스타 김도영은 쿠바전에서 멀티 홈런으로 5타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국제대회를 처음 경험하는 유영찬이 2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경기 뒤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려운 경기 예상했다"라며 "한국에는 힘 있는 타자 많다. 김도영이 (쿠바전에서) 홈런 2개를 친 것도 봤다. 한국 타선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하위 타선의 빠른 공 대응 좋았다. 우리가 운이 좋아서 이겼지, 한국이 이길 수도 있던 경기다"라며 쉽지 않은 승부였던 점을 인정했다.
한편 대표팀은 남은 도미니카공화국(16일)전과 호주(18일)전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어렵긴 하지만,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류 감독은 "내일(16일) 선발 투수는 임찬규다. 포기할 상태는 아니다. 게임은 물리고 물릴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호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얘기했다.
사진=타이베이(대만), 박지영 기자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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