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화면, 눈앞에 확 떠오른다…애플 비전프로 가능케한 이 칩 [트랜D]
애플이 지난 15일 한국에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AR(증강현실)·VR(가상현실)·MR(혼합현실) 기기가 아닙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차세대 개인용 컴퓨터입니다. 비전 프로는 미래의 컴퓨팅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하는 애플의 전략을 반영한 제품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연결이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며 혼합현실 기술의 잠재력을 강조했습니다.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을 구현합니다. 기존의 혼합현실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혼합현실은 물리적 현실 공간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며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기술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비전 프로가 제시하는 공간 컴퓨터는 보다 확장된 의미를 갖습니다.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로 접속하는 스마트폰 같은 차세대 컴퓨팅 기기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메타의 ‘퀘스트’가 디지털 가상 세계의 몰입감을 강조하는 방향과는 다르죠.
공간 컴퓨터는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물리적 공간을 컴퓨팅 환경의 일부로 통합합니다. 이는 물리적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사용자가 가상 객체와 물리적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도록 만듭니다. 사용자는 눈 앞에 펼쳐진 가상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터치하거나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 사물과 디지털 정보를 결합하여 새로운 작업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애플워치 이후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5년 애플워치를 내놓은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입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공간 컴퓨터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전 프로를 착용한 상태로 업무를 처리하고 통화와 채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영화·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건 물론이고요. 사용자의 일상생활에 스며들 가능성이 충분한 거죠.
이는 기존 애플 생태계와의 강력한 연동성 덕분입니다. 비전 프로는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기기가 아니라 아이패드나 맥북처럼 또 하나의 중요한 기기로 애플 생태계에 합류했습니다. 아이폰·맥북과 연동해 사용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비전 프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16으로 공간 사진이나 비디오를 촬영한 후 비전 프로에서 구현하면, 마치 촬영 당시 현장에 있는 것과 동일한 느낌과 감정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은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남기고 보관할 수 있게 됩니다. 공간 사진·비디오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죠. 비전 프로를 맥북에 연결하면 맥북 화면을 띄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전 프로에 있는 앱과 맥북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시켜 눈앞에 여러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도 있습니다. 작업 환경을 확장해 몰입감 있는 업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기존의 디지털 디바이스 간의 경계를 허물어 사용자에게 유연하고 직관적인 경험도 제공하죠.
고품질 기술 집합체로 ‘공간 컴퓨터’ 선도
비전 프로에는 공간 컴퓨팅을 위해 높은 사양·고품질 기술이 탑재돼 있습니다. 4K TV보다 더 많은 픽셀을 갖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여 선명한 화질을 제공합니다. 공간 음향 기술로 몰입감 있는 오디오 경험도 제공합니다. 전용 애플 실리콘이 탑재된 듀얼 칩 디자인으로, M2 칩은 전반적인 컴퓨팅 성능을, R1 칩은 실시간 센서 처리를 담당합니다. 12개의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는 사용자의 동작과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비전 프로는 새로운 운영체제인 visionOS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macOS·iOS·iPadOS를 토대로 구축된 세계 최초의 공간 운영체제입니다. visionOS는 3D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앱이 화면의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는 크기로 나란히 배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용자는 무한한 스크린 공간을 확보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시선·손동작·음성 명령을 통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며, 페이스타임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지원합니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더라도 주변 사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화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사용자가 물리적 환경과 디지털 콘텐트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도록 돕습니다.
비전 프로의 성공 열쇠는 콘텐트 다양성
애플은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빈 도화지에 비전 프로라는 붓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많은 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해 비전 프로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콘텐트라는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특히 비전 프로 전용 앱스토어에 등장할 새로운 앱들은 기존의 모바일 앱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360도와 3D 등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앱은 몸을 감싸는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합니다.
물론 현재 8K 카메라 등 높은 장비와 기술적 난이도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것입니다. 이미 국내 기술 업체와 콘텐트 업체들도 비전 프로에 맞는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아이돌 영상이나 콘서트를 몰입형으로 제공하여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나만의 콘서트를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전 프로라는 새로운 기기가 세상에 막 등장한 단계에 불과합니다. 비전 프로 전용 콘텐트가 다양해지면, 10년 후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업무 혹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비전 프로의 활용 목적이 점차 분명해진다면, 사람들은 이 기기를 생활의 일부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애플이 추구하는 공간 컴퓨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갑 속 여학생은 누구였나…소녀 강간범 '소름돋는 유서' | 중앙일보
-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쓰러져 응급실행…살 떨리더라" | 중앙일보
- "돈 없다고? 여기라도 사라" 스타강사 '빠숑'이 찍은 아파트 | 중앙일보
- 여성 BJ에 8억 뜯긴 김준수 "5년간 괴롭혀…피해자 6명 더 있다" | 중앙일보
- 유명 셰프도 호텔서 숨진 채 발견…의문사 줄잇는 러시아, 무슨 일 | 중앙일보
- 19년만의 복귀 타이슨, 31살 어린 복서 도발에 '핵따귀' 날렸다 | 중앙일보
- "만병통치약 아닙니다"…전세계 사망의 9% '이 약' 때문 | 중앙일보
- 새벽 4시 목격한 끔찍 장면…내 아내는 우울증입니다 | 중앙일보
- 성기구 쓴 김소연 "환상의 세계 갔다"…야한 드라마로만 보면 오산, 왜 | 중앙일보
- 김숙 "한가인에 축의금 5만원 내고, 밥 안 먹었다"…20년전 무슨 일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