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명태균, 김영선엔 '갑'이었다…오세훈 단일화에도 개입"

정진우, 양수민 2024. 11.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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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명태균씨. 뉴스1

" “명태균씨는 김영선 전 의원을 보좌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국회의원 노릇을 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중 상당 시간을 명씨와 김 전 의원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준 것은 채무 정산이 아닌 둘의 관계가 경제 공동체였단 점을 입증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명씨와 김 전 의원은 15일 새벽 구속됐다. 창원지법 영장전담 정지은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하고 명씨에게 각각 1억200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는 당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 전 의원과 관계에서 명씨가 갑인 “갑을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지시를 내리면 김 전 의원은 이를 이행하고, 정치 활동에서도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대신해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명씨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나를 대하듯 명태균 대하라" 보좌진에 지시


검찰 측은 이날 심사에서 “김 전 의원은 갑을 관계인 명씨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행동했고, 그 가운데 명씨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취지로 둘의 관계가 유지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진에게 “나를 대하듯 명태균을 대하라”는 말을 남기는 등 명씨에게 여러 권한을 부여한 정황·진술도 재판부에 제시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명태균씨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명씨는 김 전 의원이 국회의원 시절 배포한 보도자료 등 각종 자료를 최종적으로 검토·승인하는 역할을 했다. 김 전 의원 보좌진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참여해 자료를 직접 검토하는 등 명씨가 사실상 최종결재권자의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특히 명씨는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시로 질책하고 비난했다고 한다.

검찰은 둘이 갑을 관계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날 심사에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욕설을 내뱉는 녹취록을 준비했으나 판사의 제지로 음성을 틀진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말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을 할 것 아닙니까. 권력 쥔 사람이 오더를 내리는데 본인이 왜 잡소리 합니까”라고 호통을 치는 내용이 담겼다.


檢 "명태균, 박완수 당선 후 김영선 공천 계획"


박완수 경남지사는 2022년 당시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이었으나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해 공천을 받고 당선됐다. 연합뉴스
검찰은 2022년 당시 박완수(창원·의창)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 이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진 창원·의창 지역구에 김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 것 역시 명씨의 정치적 계획이 현실화한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 측은 영장심사에서 “박완수 지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데리고 가서 소개하고 경남지사 출마가 가능한 상황을 만든 뒤, 박 지사의 기존 지역구에 김 전 의원을 앉히려고 처음부터 계획했다.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명씨가 이같은 구도를 짰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사에서 명씨에게 “김 전 의원을 위해 왜 그렇게까지 노력했냐”고 물었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노력하고, 2022년 김 전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도 여러 정치적 도움을 준 배경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 ‘정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입장에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갑을 관계로 볼 수 있는 여지나 증거가 일부 있겠지만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단일화' 개입 주장…"황당무계"


2021년 서울시장 단일화 후보가 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중앙포토
검찰은 명씨가 김 전 의원과의 관계 이외에도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을 안철수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명씨 역시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와 관련 “내가 판을 짰다”고 주장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렸다.

반면 오 시장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김영선 전 의원이 강청하여 그(명태균씨)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썼다.

검찰은 명씨가 2021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조언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지사의 경우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심사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으나 명씨가 힘을 써 컷오프 결정이 취소되고 경선을 거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에 탑승한 명태균씨. 뉴스1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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