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이재명 이 말, 유죄 결정타였다 [이재명 판결문 분석]
서울중앙지법 형사 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15일 벌금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을 경우 당선무효는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재판부가 이같은 결론을 내린 데는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재판부가 심리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허위사실로 구성된다. 첫째 의혹은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 여러 차례 출연해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둘째는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 압박 때문이라고 언급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판결문은 133쪽에 걸쳐 작성됐다.
①‘김문기 몰랐다’ 변수된 골프 발언…딸 영상 통화도 증거
재판부는 이 발언이 “선거인 입장에서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을 사진과 함께 제기된 의혹이 조작됐다는 것, 즉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 대표는 해외출장 중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쳤으므로 이 골프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는 결론이다.
유죄 증거 중엔 유족이 제공한 각종 영상·사진도 채택됐다. ‘고(故) 김문기 유족 측이 제공한 딸에게 보낸 동영상’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와 골프를 친 후 딸에게 “오늘 (이재명) 시장님 (유동규) 본부장님하고 골프쳤다.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김 전 처장이 해외 출장 중 이 대표와 식사하는 사진도 유죄 증거로 인정됐다. 김 전 처장이 이 대표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이 대표의 허위 발언에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해외 출장 공식일정에서 벗어나 이 대표와 함께 골프를 친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은 김문기와 유동규뿐이므로, 기억에 남을만한 행위로 보인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대표 대응에 관여하고 사망(2021년 12월 21일) 전까지 관련 수사를 받아왔다. 이 대표가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이유다.
쟁점이었던 “김문기 몰랐다”는 발언 자체는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 주장처럼 “‘사람을 모른다’는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이와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구성) 관계에 있는 골프 발언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②'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국토부 협박 때문' 발언도 유죄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에 대한 준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은 성남시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장인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은 압박이나 협박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도 덧붙였다. 용도변경이 성남시 스스로 한 것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라는 결론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국정감사 직후 “국민의힘 측의 일방적인 주장, 허위사실에 기초한 무차별 의혹제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토건세력 특혜 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들과 관계자들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다행히 국민께서도 국민의힘이 범죄자 도둑이고 이재명은 청렴했다고 인정해 주시는 것 같다”고 주장한 점에 비춰 당선 목적을 갖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의혹에 대응하는 이 사건 발언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이 2020년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를 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바탕으로 “토론회 발언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어 ‘공표’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배척했다. “이 발언 이전 백현동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측 대응이 있었고, 국정감사에선 질의자와 사전 질의를 한 것으로 보이며 이 대표는 발언에 제시할 패널 등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는 점에서다.
③양형에 반영된 동종전과, 큰 파급력
재판부는 양형 사유로 “이 사건 범행은 모두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점”도 양형 가중 사유로 언급했다. 유권자의 중요한 판단 사항과 관련이 있는 점, 발언의 전파성이 높았던 점,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등을 형량 가중 요소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200만∼800만원의 벌금형이 기본이다. 다만 죄질이 나빠 가중 요소가 많을 경우 징역 8개월∼2년, 벌금 500만∼1000만원을 권고한다. 재판부는 감형 사유로는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에 대해 법조계에선 “당초 이 대표가 약한 고리로 보고 적극 부인하던 ‘김문기를 몰랐다’는 부분을 무죄로 하고 다른 부분 유죄를 확실히 했다. 항소심 변수를 차단한 것”(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의 평가가 나왔다.
다만, 재판 속도는 변수다. 1심에만 2년 넘게 걸린 상황에서 차기 대선(2027년 3월) 전에 확정판결이 나지 않는다면, 이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출마가 가능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 재판 선고는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270조, 일명 6·3·3법)는 규정을 준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재판 속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영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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