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고구마 캐릭터에도 매력 불어넣는 오정세
‘스위트홈’에선 광기어린 캐릭터 연기
“내게 오는 모든 캐릭터에 열려있어”
지난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Mr. 플랑크톤’(플랑크톤)을 보다 보면 어쩐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 해조(우도환)보다 해조에게 신부를 납치당한 어흥(오정세)에게 더 눈길이 간다. 마흔이 넘도록 무서운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딘가 좀 부족하고 때론 너무 순수하기도 한 인물이지만, 안쓰러운 마음에 응원하며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자칫 말도 안 된다며 거부감을 느끼거나, 답답해서 ‘고구마’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시청자가 어흥에게 마음을 붙이게 되는 건 오정세의 힘이 크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정세는 “나이가 저렇게 있는데도 가족, 집안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걸음을 못 걷고 있는 어흥이란 인물이 고구마 같은 답답함으로 비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이런 요소를 덮을 수 있는 게 어흥의 순수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 재미(이유미)를 계속 생각하고, 순수한 사랑을 찾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어흥은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 해조와 엄마가 되고 싶었으나 조기폐경을 진단받은 여자 재미의 불행에 기꺼이 손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주는 인물이다. 이 캐릭터는 처음부터 오정세를 모델로 놓고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오정세는 “조용 작가의 전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아서 작가님의 다음 작품엔 어떤 역할이든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흥이란 역할로 손을 내밀어주셔서 너무 행복하게 그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플랑크톤’은 결핍 충만한 인물들이 서로의 인생에 끼어들어 각자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을 그린 로드 무비 형식의 드라마다. 그래서 등장인물 모두가 결핍을 안고 있다. 어흥은 제대로 된 사랑과 독립을 가져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처음 어흥을 만났을 때 제가 떠올린 키워드는 ‘처음’이었다. 처음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출하고, 마지막엔 처음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며 “저 역시 20세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제 의지하에 산 적이 없었다. 대학에 진학하며 전공을 정한 게 첫걸음이었다. 어흥은 저보다 한참 뒤에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인물이지만, 이런 점이 맞닿아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모자라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깊은 인물을 연기할 때 오정세는 더욱 빛이 난다. 이런 역할을 잘 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오정세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붕 떠 있는 인물을 땅으로 데리고 오는 그 힘을 저는 무대 위 뮤지션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는다”며 “어떤 공연에 가면 가끔 되게 서툴고 투박한 실력이지만 제게 훨씬 진한 감동을 주는 가수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맡은 배역들처럼) 순수한 진심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저렇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플랑크톤’에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 같은 얼굴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그지만, 지난해 12월과 지난 7월 공개된 ‘스위트홈’ 시리즈에선 광기에 휩싸인 임박사로 분해 정반대의 얼굴을 보여줬다. 작품마다 얼굴을 갈아 끼워 ‘이 사람의 진짜 얼굴은 뭘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오정세는 “제게는 유머러스하고 짓궂은 모습, 조용한 모습, 어리숙한 모습이 다 있다”며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나에게 올지 기대하며 다 열어놓는다. 그중에 제 마음을 울리거나 작품이 아주 재밌거나, 내가 그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역할들을 맡는다”고 말했다.
쉴 틈 없이 일하며 매번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를 만나는 오정세인지라, 내년에 공개되는 드라마만 해도 4편이다. 오정세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시작했고,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서 하는 거니까 일이 잘 안 풀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최대한 즐기면서 일하고 싶다”며 “범호자를 연기한 김해숙 선배를 보면서 느꼈다. 선생님은 늘 현장에 신나게 오신다. ‘선배도 아직 저렇게 즐기면서 작품을 하시네? 나도 오래 해야지’ 하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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