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에 갇히기 싫은 이은결이 만든 ‘멜리에스 일루션’

장지영 2024. 11. 1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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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은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로 첫손에 꼽힌다.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은결은 "'멜리에스 일루션'은 제 욕망으로 시작해 최대한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온 작품"이라면서 "이번에 내 이름(이은결)을 밝힌 것은 LG아트센터의 요청도 있었지만, EG가 대중과 만나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서였다"고 밝혔다.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한 복합 공연이며 이은결을 비롯한 퍼포머 6명은 모두 멜리에스의 가면을 쓰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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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공연에는 ‘EG’로 활동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멜리에스 일루션’은 이은결이 ‘EG’란 이름으로 천착해온 작품이다.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LG아트센터 제공


이은결은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로 첫손에 꼽힌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마술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국제적 성과와 함께 국내에서 1000회가 넘는 마술쇼를 통해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기는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은결은 마술을 대형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리는 한편 마술이 기존의 신비주의를 버리고 ‘일루션’(환영) 예술로 나아갈 것을 주창해 왔다. 그런가 하면 2009년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와 협업한 것을 계기로 2014년부터 일루션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가주의 공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이은결은 관객이 아무 선입견 없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EG’란 이름을 내건다.

지난 9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멜리에스 일루션’(~17일까지)은 이은결이 EG란 이름으로 천착해온 작품이다. 그가 구성, 연출은 물론 직접 출연하는 ‘멜리에스 일루션’은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의 삶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2016년 초연 이후 꾸준히 디벨로핑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는 EG가 이은결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은결은 “‘멜리에스 일루션’은 제 욕망으로 시작해 최대한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온 작품”이라면서 “이번에 내 이름(이은결)을 밝힌 것은 LG아트센터의 요청도 있었지만, EG가 대중과 만나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서였다”고 밝혔다.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카메라, 인화기, 영사기를 겸한 장치)를 개발해 선보인 최초의 영화는 ‘기차의 도착’(1895) 등 현실을 있는 그대로 촬영한 데 머물렀다면, 멜리에스는 정지 트릭(화면 씬을 끊고 다른 장면으로 대체), 다중 노출, 저속 촬영 등 다양한 특수효과를 영화에 도입했다.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가공해 환영, 즉 일루션을 만든 것이다.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1902)은 최초의 SF영화로 평가된다.


이은결은 “멜리에스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내게 다가왔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멜리아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스무 살 무렵이다. 이후 라스베이거스 초청 공연 등 20대에 많은 것을 이룬 탓이지 데뷔 10주년 공연을 마치고 허무감에 빠졌었다. 그즈음 영상 매체와 가상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을 때 멜리에스가 다시 떠올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9년 나처럼 멜리에스에 관심이 많았던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의 제안으로 참여한 ‘시네 매지션’ 이후 나 스스로 멜리에스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 오늘날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확장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멜리에스의 영화와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영화 때문에 파산한 멜리에스가 작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며 노년을 보낸 데서 착안했다. 무대에는 장난감을 만지던 멜리에스의 모습과 함께 그에게 떠오르는 환영이 영화와 함께 무대에 구현된다.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한 복합 공연이며 이은결을 비롯한 퍼포머 6명은 모두 멜리에스의 가면을 쓰고 나온다.

이은결은 “기존의 마술쇼를 생각하고 이번 공연을 보러온 관객에게는 당혹감이나 실망감을 드릴지 모르겠다. 그래서 관람 연령을 ‘중학생 이상 추천’으로 표기해달라고 LG아트센터에 부탁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울 것이다. 관객은 각각의 맥락에 따라 분절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새롭게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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