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체 위한 첫발, 부산서 뗄까
파리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 협약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국제 협약’이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170여개국의 정부 대표단은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회의에서 협약의 구체적 내용을 두고 최종 협상을 진행한다. 부산에서 협약이 성안된다면 한국은 법적 구속력 있는 최초의 플라스틱 협약을 도출한 역사적 장소로 기록된다. 관건은 얼마나 강제성 있는 규약이 담길지 여부다. 플라스틱 감축 방식과 목표치 등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이 여전히 첨예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16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 협약 제정을 위한 5차 협상 회의(INC-5)가 열린다.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극심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결의한 지 2년여 만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full life cycle)를 관리하는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총 다섯 차례 협상 회의를 열기로 했고, 2022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네 차례 공식회의를 진행했다. 초안을 마련해 본격적인 문안 조율을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3차 회의부터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선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소비·처리를 얼마나 강하게 규제할지에 대해 각국의 입장차가 크다. 현재 협약 초안에는 3000개 이상의 문항에 ‘괄호’가 표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0개가 넘는 문항은 합의를 보지 못해 괄호를 달아 빈칸으로 남겨두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가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 관리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국가들은 ‘플라스틱 종식을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을 만들어 1차 폴리머를 포함한 전 주기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대비 30%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 중동,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폐기물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1차 폴리머라는 단어 자체를 조항에서 삭제하는 것을 원하고, 생산 단계의 규제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협약에 구체적인 감축 목표 시점이 담길지, 감축 목표를 국가별로 자발적으로 정하도록 할지도 관심사다. 중간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일본, 미국 등은 전 주기 관리를 협약에 포함하되 감축 목표는 개별 국가가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해 협약을 성안시키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HAC에 가입돼 있지만 마지막 회의 개최국으로서 협상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일각에선 이번 부산 회의에서 큰 틀의 방향성을 정하고, 이후 당사국 총회 등에서 의정서나 협정을 체결해 규제 대상·조치를 보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약의 필수적인 내용만 담은 ‘골격 협약’을 우선 합의하는 방식이다. 2015년 파리협정의 배경이 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역시 1992년 채택된 골격 협약이었다. 부산 회의에서 각국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에 6, 7차 추가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 세계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43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비율은 9%에 불과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자연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22%에 달한다. OECD는 이러한 추세라면 2060년에 생산량이 12억3100만t으로 2019년 대비 약 3배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10억t이 넘는 것으로 예측됐다.
EU의 경우 2021년부터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에 ‘플라스틱 세금’을 도입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통해 2030년까지 30%의 재활용 원료가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유럽 본회의에서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통과됐다. 2030년까지 시민 1명당 발생하는 포장재 폐기물을 2018년 대비 5% 줄이고 감축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감축이 결국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국제 협약은 상징적이고 강력한 다자간 환경 협약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 스스로 선진적인 자원순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대응 관련 포럼에선 플라스틱 감축이 온실가스 저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과 함께 “일회용품 저감과 소비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7일 ‘서울 국제기후환경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플라스틱 생산·소비 감축 없이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며 순환경제를 위한 사회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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