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아닙니다"…전세계 사망의 9% '이 약' 때문

류장훈 2024. 11. 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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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 항생제 내성 전문가 대담

전 세계 사망자 수, 에이즈 넘어
모든 종류의 감염 치료에 영향
공동연구 데이터, 성과 기대감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용균 교수(왼쪽)와 웁살라항생제센터 댄 안데르손 소장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꼽힌다. 전 세계 사망자 수(2019년 기준 약 130만 명)가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86만 명)를 가볍게 넘어선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 내성을 세계보건 10대 우선 과제로 삼은 이유다. 지난 12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일송문화홀에서 열린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 핵심 세션 중 하나는 바로 항생제 내성이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스웨덴 웁살라항생제센터 댄 안데르손(Dan Andersson) 소장과 ‘글로벌 항생제 내성에 맞선 정밀 항생제 치료의 길: 한림-웁살라 국제협력연구’를 발표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감염내과 김용균 교수에게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과 첨단 솔루션에 대해 들었다.

-항생제 내성의 원인은 무엇인가.
김용균 교수(이하 김): 항생제 내성은 세균 감염에 대한 치료 실패율과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제학술지 ‘란셋’에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사망의 9%가 항생제 내성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항생제 내성은 사회·경제적인 문제까지 포괄한다. 첫 번째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적절하지 않게 많이 쓰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지구촌화와 기후변화, 가축에 쓰이는 항생제도 문제다. 인체 사용량보다 더 많다. 가축에 항생제가 오남용되면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현되고 직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심각한가.
댄 안데르손 소장(이하 안데르손): 항생제 내성은 모든 종류의 감염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가장 흔한 호흡기 감염과 위장 감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가령 항암치료 중인 환자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이때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조산아 또는 화상 치료나 뼈, 조직, 관절을 깊이 다루는 정형외과 수술 시에도 마찬가지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9년 데이터를 보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 수가 연 130만 명이다. 간접적인 사망자는 370만 명으로 보고된다. 총 500만 명에 달한다. 실제로는 연 600만~7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이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김: 2019년 ‘란셋’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고소득 국가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률이 10만 명당 20명 정도다. 이를 같은 해 통계청 자료에 대입하면 국내 사망 원인 6위 정도 된다. 가장 대표적인 세균인 황색포도알균이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면 사망률이 20~30%에 육박한다. 근데 한국은 메티실린 내성률이 약 50%나 된다. 항생제 인체 사용량 자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다. 또 국내 항생제 적정성 평가 결과, 최소 25%가 부적절하게 사용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에 학회, 질병관리청이 협력해 2021년부터 항생제 사용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마다 많은 병원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 11월부터 질병관리청 주관으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우리 병원을 포함해 78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 WHO의 권고(2015)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6년 제1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에 이어 2021년 제2차 관리대책(각 5개년)을 수립·발표했다.

-스웨덴의 경우는 어떤가.
안데르손: 스웨덴을 포함해 북유럽 5개국의 경우 한국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첫째, 감시·감독을 잘 해왔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둘째, 항생제가 필요 없을 경우 최대한 처방하지 않는 정책을 오래전부터 펴왔다. 바이러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1986년부터 도입해 감독하고 있다. 가축의 성장 촉진을 위한 사용을 금한 것도 같은 해다. 셋째, 내성균이 퍼지는 것을 철저하게 컨트롤한다. 특정 세균이 내성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면 해당 환자를 격리해 전파를 막는 프로토콜이 명확히 세워져 있다. 넷째, 북유럽 국가의 경우 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인구밀도가 낮아 전파율이 낮다. 단, 국가 간 사람, 가축 등의 이동이 잦아지는 만큼 잘 컨트롤해야 한다.

-한림대성심병원도 최근 한림국제항생제내성센터를 개소했다. 웁살라대와 진행하는 공동연구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 우리 센터는 임상 현장에서 항생제 내성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되고, 나아가 항생제 내성 해결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제 정밀의료 시대이지 않나. 항생제 내성 치료도 개인 맞춤으로 항생제를 선택하고 용량을 결정하는 정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웁살라항생제센터와 공동으로 개인 맞춤 항생제 병합 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항생제 병합 치료를 개인 맞춤으로 하는 연구는 세계 최초다. 한림-웁살라 공동연구에서 좋은 결과물이 도출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또 학술적으로 기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공동연구가 환자, 또 의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안데르손: 현재 1년간의 예비 데이터가 좋다. 치료 효율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병합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건데, 구체적으로는 환자에게서 감염된 박테리아를 떼다가 실험실에서 최적의 항생제 조합을 찾고 이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거다. 환자별로 최고의 정밀의료 조합을 찾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치료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효과가 입증된다면 유병률이나 사망률을 현저히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봤을 땐 결과가 굉장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림국제항생제내성센터와 웁살라항생제센터는 어떻게 협력해 나가게 되나.
안데르손: 이미 양 기관이함께 진행할 프로젝트 리스트를 정리해 놓은 상태다. 모두 진행하려면 향후 2~4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구 외에 교육 분야에서도 협력하려고 한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인식 제고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도 함께 해볼 수 있다. 공동으로 수강 과정을 개설하거나 심포지엄, 콘퍼런스를 유럽·아시아 각지에서 개최하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 국제 협력 그 자체가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웁살라항생제센터는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센터다. 다양한 미래지향적 연구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항생제 병합 치료뿐 아니라 항생제 용량·용법까지 개인 맞춤을 도입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연구 주제다. 이들 공동연구는 이미 시작됐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플랫폼 구축과 함께 신진 연구자 및 대학원생 교류, 장단기 연수 등 교류 범위도 계속 넓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항생제 내성의 치료 방안으로 떠오른 신속진단도구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 말 그대로 신속하게 진단하는 도구를 말한다. 코로나19 자가키트도 일종의 신속진단도구라 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빨리 탐지할 수 있게 되면 내성균 유무를 신속하게 알 수 있어 치료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적확한 치료 약재 사용이 빨라진다는 의미다. 그러면 신속한 환자 격리를 통해 확산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불필요한 격리를 막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 측면을 넘어 사회·경제적인 장점까지 상당하다. 항생제 내성의 가장 큰 원인인 항생제 오남용(불필요한 항생제 처방)도 막을 수 있다. 그만큼 항생제 내성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여러 신속진단도구 중 ‘Rapid AST(antibiotic susceptibility testing)’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고 들었다. ‘Rapid AST’는 무엇이고 현재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안데르손: 신속히 진단하면 환자가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가 좋아진다. 많은 감염 중에서도 혈관의 염증인 균혈증은 매시간이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박테리아의 취약성에 대한 평가 속도가 중요해진다. 5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혈관의 박테리아가 어떤 항생제에 취약한지 기존에 24시간 걸리던 평가를 4시간 정도로 확 줄였다. 이를 통해 환자 유병률, 사망률을 모두 낮출 수 있다. 앞으로는 다른 감염 진단에도 응용·확대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속진단도구를 쓰면 각 환자의 특정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 내성을 늦추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 한림국제항생제내성센터와 한 몸처럼 돼 있는 게 질병관리청의 지정·승인을 받은 병원체자원은행이다. 올해 1월부터 운영 중이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균 등 그 균 자체를 수집·보관하는 바이오뱅크다. 항생제 내성균 관련해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병원체자원은행도 우리 센터의 중요한 프로젝트다. 많은 국가, 특히 항생제 내성 기전의 핫스폿으로 불리는 베트남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균주를 활용한 연구도 계획 중이다. 다양한 국제 협력 공동연구로 항생제 내성 연구의 허브로 도약하고자 한다.

안데르손: 항생제 내성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협력과 연대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항생제 내성을 야기하는 이유도 굉장히 다양하다. 따라서 한 가지의 솔루션이나 만병통치약은 존재할 수 없다. 다차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아시아와 유럽 간 고유한 협력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협력을 더욱더 넓혀갈 생각이다.

김용균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
-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회원

댄 안데르손
-웁살라항생제센터 소장
-웁살라의대 의학생화학·미생물학과 교수
-유럽·미국 미생물학회 회원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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