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장외 집회…‘노림수’ 성공할까 [신율의 정치 읽기]
민주당이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 조기 대선을 위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라는 정치적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조기 대선을 치르려 한다는 의미다. 이런 민주당 행동은, 이 대표 판결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윤 대통령 담화와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이 정권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경우에도, 민주당은 장외 집회에 더욱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7일 담화 발표와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국민에게 허리 굽혀 사과했다.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 사과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허리 굽혀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사과하는 이유가 불분명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제 불찰이고, 아내의 신중치 못한 처신은 무조건 잘못”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과의 이유로 들었다. 이런 모호함은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또한 사과 이유가 불분명할 경우, 사과에 반드시 담겨야 할 ‘재발 방지책’ 역시 모호해진다.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읽을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은, 제2부속실 설치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인적 쇄신, 그리고 김 여사 활동 자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정도 방지책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대통령 담화 발표 이전에 대통령실은 “상상 가능한 모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국민 실망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번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11월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 조사(11월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를 기록해 또 한 번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했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의 심장 대구 경북에서 지지율이 5%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들이 현 상황을 상당한 위기로 규정하고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일종의 신호로 보인다. 다음번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기자회견 영향이 고스란히 담길 텐데, 이런 TK 지역 민심 움직임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보수층에게도 전이될 것인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층 역시 이번 대통령 담화와 회견에 만족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감 때문에, ‘사과했다’에 비중을 두고 결집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보수층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는 정당 지지율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4%포인트 빠진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포인트 상승했다. 뚜렷한 상승 이슈가 없었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국민의힘에 전이됐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하자, 대통령 지지율은 5%로 급락했다. 이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은 대략 30%대를 유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11월 당시 대구 경북 지역 대통령 지지율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됐음에도 TK 지역 대통령 지지율은 30%를 넘고 있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6년 11월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을 보면, 11월 이전까지는 대략 30%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11월 들어 16%로 급락했다. 같은 시점 TK 지역 새누리당 지지율은 24% 정도였다. 당시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 사태는 급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수적 유권자들은 이런 과거의 경험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의 동반 하락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즉,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해도 국민의힘이 버텨주면 대통령의 극도로 낮은 지지율을 어느 정도 커버해줄 수 있다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여당 지지율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결집할 가능성이다.
여기서 함께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난 11월 2일과 9일의 민주당과 민주노총 장외 집회다. 11월 2일에 있었던 민주당의 장외 집회 당시, 민주당은 3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 추산은 1만7000명 정도다. 9일 집회에는 민주당 주장 20만명, 경찰 추산 1만500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참석 인원이 3분의 2로 줄었다. 이 정도의 인원이 집회에 참여한 것을 보면, 민주당이 왜 탄핵을 공개적으로 외치지 못하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중도층과 보수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등장한 문재인 정권에 상당히 실망했다. 그런 학습 효과가 정권 퇴진 혹은 탄핵에 대한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탄핵에 동조해봤자, 그 이후 등장할 정권도 형편없을 수 있음을 배워, 탄핵 집회 참석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실망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윤석열 정권 대안으로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집회 참여가 저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중도층이 야권의 탄핵 움직임에 소극적이면, 이런 상황도 ‘보수 결집’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최소한 중도층이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면, 자신들이 결집하면 대통령 임기 단축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 이재명 대표 1심 판결이다. 이 대표에게 피선거권 박탈형이 내려지면,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해 극렬히 저항할지 모른다. 이런 결집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중도층이 어느 정도 이들 움직임에 호응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반대로 무죄 판결 혹은 피선거권 박탈 이하 형이 선고되더라도, 야권 지지층은 부담을 벗었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대여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이래저래 강성 야권 지지층 결집도 필연적으로 보인다.
진보 보수 양측 적극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상황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결집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정치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양극화 심화는 정치 실종을 가져올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보, 10억은 넘을 줄 알았는데”...찬바람 부는 이곳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렉서스 ES 조용한 질주...‘사서 고생’ 전기차 대신에? [CAR톡] - 매일경제
- “韓잠수함은 21세기 거북선”...트럼프 ‘해양참모’ 의미심장한 한마디 - 매일경제
- [속보]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무효형…징역 1년 집유 2년 - 매일경제
- “저 죽어요” 횡설수설…마약 자수한 김나정, 필로폰 양성 - 매일경제
- 입주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 갑자기 7억 ‘뚝’ 왜? - 매일경제
- 한화 김승연 ‘의리’로 트럼프 대비...한화에어로 회장 등판 - 매일경제
- 중국 증시 여전히 살얼음판...급등 불구, 추세 상승 기대는 No [MONEY톡] - 매일경제
- 성전환한 머스크 아들, 트럼프 이기자 “미국 떠나겠다” - 매일경제
- 2024년 뜬다는 미국 주식은? [MONEY톡]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