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전자' 다음날…삼성전자 "1년 내 10조 규모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최근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추락하는 등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강력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3개월 이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 매수 방식으로 매입해 소각할 계획인 자사주는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다. 각각 전체 주식의 0.84%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1.38% 하락하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종가 4만9900원을 기록한 이후 4년 5개월 만에 5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98조원으로, 300조 원대도 붕괴했다. 핵심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9이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PBR이 1 이하로 진입한 데 이어 0.9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PBR은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청산하는 것보다도 현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15일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전날보다 7.21% 오른 5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 등이 겹치면서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 등 경영진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며 책임 경영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5년 10월 중장기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1조4000억원(약 100억 달러)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17년에는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50%도 소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 발행주식이 감소하면서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2017년 삼성전자 주가는 2015년 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라며 “이번 자사주 매입도 주가 부양에 기여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최근 한국증권금융과 체결한 담보 계약 2건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123만400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했다. 홍 전 관장은 한국증권금융에 주식 619만3000주와 217만3000주를 맡기고 각각 이자율 4.87% 담보유지비율 110%로 2850억원과 1000억원을 빌린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며 담보유지비율을 맞출수 없게 되면서 추가 담보물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지난 13일 삼성물산 0.79% 지분을 담보로 BNK투자증권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전 관장의 삼성물산 개인 지분율은 1.02%이며, 현재 대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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