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유서 [안호덕의 암중모색]

안호덕 2024. 11. 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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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덕의 암중모색] 범죄·무지·무능 중첩돼 국정은 파탄, 국민 삶 벼랑 끝 내몰려

[안호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항간에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조선 제일 사랑꾼'이라 한다. 칭찬이 아니라 비난이 담긴 농담이다. 그리고 지난 7일 있었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두고도, 많은 국민들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조선 제일 사랑꾼'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 누군가에는 찬사의 표현으로 쓰였을 표현이 대통령 앞에선 조롱과 비난이 된 현실은 씁쓸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사랑꾼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는 부인을 권력의 힘으로 감싸려는 혼군(昏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의 범주에 드는 인물이며, 변하지 않는 것은 취임 초기부터 보여줬던 무능과 불공정, 비상식의 국정운영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을 지났다. 그 동안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범법·위법 의혹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불거졌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논란에 이태원 참사, 새만금 잼버리 사태, 채 해병 죽음과 진실은폐 의혹 등 무능으로 생겨난 사건들이 더해졌다.

범죄는 규명되고 처벌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사건으로 덮어졌고, 무능의 정치로 파생된 혼란은 곳곳에서 반복되었다. 그래서 임기 반환점을 돈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 입에서 '벌써 반'이 아니라 '아직도 반'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지나온 2년 반은 길었고, 남은 2년 반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반이 지났다고?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
ⓒ 명태균 페북/연합뉴스
명태균 게이트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민낯은 추잡스럽다. 만약 이런 국정농단 세력과 짬짜미를 통해 대통령이 되고 정권이 유지되어 온 것이라면, 그 정통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라.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최순실은 감옥에 있다. 명태균 게이트는 그 사건과 비교해도 폐단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내가 순진해서' '공천 외압이 아니라 의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염치없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두 개의 발언으로 탄핵 소추됐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2004년 2월 18일 경인 지역 6개 언론사와 가진 합동 회견에서)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 2004년 2월 24일 방송 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같은 잣대라면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 또한 '당무개입 금지'를 위반한 탄핵 사유라 할 수 있다.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 육성으로 폭로된 대통령의 발언은 더 따질 필요로 없는 명백한 탄핵 사유다.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씨는 과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친박 인사들을 공천하려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주된 내용이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명태균씨와 관련된 의혹은 아내가 순진해서라든가, 대통령의 의견 개진이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불법 여론조사, 공천 개입 등은 명백한 범죄이며 국정농단이다.

그러니 검찰의 수사가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 사이에 오간 금전 관계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고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중 탄핵소추의 사유 일부분을 살펴보자.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과 측근들의 극심한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초래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치불안 때문에 국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을 극도의 불행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고속도로 노선이 석연찮은 이유로 변경되었다. 관중 없이 녹화하는 국악 공연에 대통령 부인이 홀로 관람을 한다. 극심한 권력형 부정부패의 단면이다. 엄중한 이 시기에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게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정상외교 준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그러면서 의료공백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수출, 물가, 내수, 일자리에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위기감도 없는듯 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된 탄핵소추의 사유,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딱 맞는 주인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정치불안 때문에 국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을 극도의 불행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민심이 등 돌려서 떠나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숭례문과 서울시청 사이 세종대로 구간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및 1차 탄핵총궐기’가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보수언론에서는 탄핵을 주장하며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두고 수가 많지 않다고,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탄핵보다는 안정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거대했던 2016년 탄핵 촛불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러나 민심은 광장의 대열만으로 대변되지 않는다. 정작 두려워해야 할 건 광장으로 모여드는 대열보다 정권에 등 돌려서 떠나가는 민심이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국민 80%는 법리적 탄핵과 상관없이 심리적 탄핵 상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7% 지지율[1]에서 국정 동력이 생기길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여전히 민심을 모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야당이나 국민들에게 자주하는 질문이 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냐고?' 불복한다고 하면 민주주의 선거 제도를 부정한다고 몰아세우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투쟁의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함정의 질문'이다.

이제 대답은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정부, 정통성에 의구심이 드는 정부다. 2년 반 집권은 무지·무능했고 탐욕만 가득했다. 탄핵 주장이 나오면 국민의힘은 "습관적 탄핵병"이라고 비꼰다. 그러나 진짜 손가락질 받아야 할 건 이런 대통령을 두고도 정권재창출을 다짐하는 무모함이다.

남은 2년 반도 힘들다. 대통령이 결단하든, 국민이 결단하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가락 마디마디를 깨무는 절박함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또 하나의 이유를 보태는 글을 쓴다.

덧붙이는 글 | [1] 해당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2024년 1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총 통화 8525명, 응답률 11.8%)에게 질문했으며,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시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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