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 새로운 꿈 꾸게 한 ‘희망의 인문학’
오세훈 “인생의 의미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보람”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일을 하기 어려웠는데 희망의 인문학을 알고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희망의 인문학 자격증 취득 사업 프로그램을 듣고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는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왜 이런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후회했고 꿈도 생겼습니다. 역사를 좋아해 사이버 대학에서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계획도 있습니다.”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사업에 참여한 한 50대 남성이 15일 개최된 수료식에서 밝힌 소감이다.
서울시는 이날 시청에서 ‘2024 희망의 인문학’ 사업 수료식을 개최하고 수료생 827명을 배출했다. 올해 희망의 인문학 참여자는 989명, 이 중 84%에 해당하는 827명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시민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자립의지를 북돋아 주는 오세훈표 ‘약자와의 동행’ 대표 정책이다.
이 사업은 2008년 오 시장 민선 4기 재임시 시작됐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4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복귀한 지 1년 만인 2022년 10년 만에 부활, 2022년 303명, 2023년 696명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날 수료식에는 오 시장과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 장경남 숭실대 교수를 비롯해 수료생 대표 250여 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들이 그동안 혹시 완전히 희망을 잃고 계시다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통해 크고 작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인생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한 보람을 느끼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들의 성취가 비슷한 아픔을 겪고 계실 수 있는 분들에게 전달돼 서울시를 좀 더 희망이 있는 곳으로, 변화를 꿈꾸는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수료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올해 수료식은 수료생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었다. 수료생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을 알리고 각 과정별 우수 수료생에게 서울시장상·대학총장상 등이 수여됐다. 이어 수료생으로 구성된 ‘희망의 합창단’ 합창공연이 이어졌다.
오 시장은 수료생들과 ‘내가 나에게, 우리에게’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도 가졌다. 희망의 인문학 참여 계기와 소감,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은 “아무리 바빠도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만큼은 꼭 참석하고 있다”며 “삶의 끝자락에서 배움으로 희망을 찾은 ‘숨겨진 챔피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시는 14~18일 덕수궁 인근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 전시회도 진행한다. 석고상, 도자기, 목공예, 자존감 회복 과정에서 작성한 글쓰기, 캘리그라피, 그림 등 15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쪽방 주민의 정서 함양을 위해 마련된 ‘디딤돌 문화교실’의 결과물 50점(한지공예, 사진, 보태니컬아트, 시화 등)도 함께 전시된다.
시는 올해부터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과정은 물론 요양보호사·바리스타·조리사 취업 등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심리상담·음악·서예 등 심리·건강, 문화·예술 분야 과정도 신설했다. 서울시립대, 숭실대 등 대학이 주관하는 양질의 인문학 강의도 개최했다.
과정 종료 후에도 수료생간 관계 유지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자조모임도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희망의 인문학과정은 ‘희망과정’(시설주관), ‘행복과정’(서울시립대·숭실대주관), ‘대학특강’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희망과정은 철학, 글쓰기, 문학, 역사 등 인문학을 중심으로 체험, 심리·건강, 문화·예술, 일자리 분야 6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독서모임 다독다감(노원지역자활센터), 정보공유모임 모람모람(흰돌회) 등 자조모임 14개에 대한 지원도 펼쳤다. 35개 시설에서 838명이 수강해 최종 697명(83%)이 수료했다.
행복과정은 노숙인 및 저소득 시민이 직접 서울시립대학교와 숭실대로 찾아가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이다. 수강생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며. 고궁 등 역사 체험, 문화 체험, 체육 활동 등 다양한 현장 체험학습도 진행했다. 시립대에서는 73명이 수강해 64명(87.7%), 숭실대에서는 78명이 수강해 66명(84.6%)이 수료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립대와 숭실대에서는 취업·건강 등의 사유로 정규과정 참여가 어려운 대상자를 위해 누구나 인문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대학 특강을 대학별 2번씩 4차례 진행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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