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존경받는 CEO 로저 펜스키를 만나다
이순영 2024. 11. 15. 16:39
500대 기업 146위 펜스키 회장이자 레이싱계 거물이 보여준 리더십
[이순영 기자]
▲ 펜스키 장학생 초청행사 11월 13일 펜스키는 자사 장학생들을 초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이순영 |
11월 13일 펜스키 오토모티브 그룹(Penske Automotive Group)과 팀 펜스키(Team Penske)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저 펜스키(Roger Penske)는 자사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초청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펜스키 오토모티브 그룹은 미국 미시간주 브룸필스 힐스에 본사가 있는 다각화된 국제 운송 서비스 회사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지역과 서유럽에서 자동차 및 상업용 트럭 판매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7만 4,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글로벌 기업으로 상업용 차량, 디젤, 가스 엔진 및 파워 시스템 관련 부분 서비스를 제공한다. 펜스키 트럭 리징 코퍼레이션(Penske Truck Leasing Corporation)은 트럭 렌트 분야 미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 펜스케는 500회 이상의 승리, 40회 이상의 챔피언십을 차지한 미국 프로 자동차 경주 팀이다.
▲ 팀펜스키 우승 트로피 팀이 우승하면 선수와 로저펜스키 사진이 담긴 대형 와인을 특수 제작해 전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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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창립자이자 이사회 의장 겸 CEO가 스포츠카 경주 팀을 소유하고 회장의 이력을 겸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독특하다. 사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1960년대 손꼽히는 카레이서 중 한 명이었다. 1965년 레이싱 선수와 사업가 두 진로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자, 카레이서로서의 커리어를 접고 사업가의 삶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레이싱에 관한 열정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펜스키는 팀 팬스키를 창단해 팀 메니지먼트를 맡아 다양한 선수들을 배출했다. 여기에 탁월한 사업가 기지를 통해 승리를 위한 전략과 단합된 팀워크, 최고의 기술진과의 협업을 통해 팀을 이끌며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팀 펜스키뿐 아니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ndianapolis Motor Speedway)와 인디카 시리즈(IndyCar Series)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본사 2층 로비에는 각종 경기에서 획득한 트로피와 상이 전시되어 있고 우승을 한 해는 선수와 펜스키 사진을 담은 대형 와인을 특수 제작해 트로피와 함께 진열해 놓았다. 레이싱에 대한 그의 사랑은 2002년 애리조나주에 펜스키 레이싱 박물관을 개관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박물관에는 트로피 및 레이싱 기념품, 자동차 등이 전시되어 있다.
▲ 환영사를 하고 있는 로저 펜스키 펜스키 회의실에서 장학생들에게 자기 인생의 경험담을 통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는 펜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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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빌딩이 아닌 사람에 투자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펜스키는 이날 브룸필드에 있는 본사 회의실에 장학생들을 초대해 그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학생들보다 먼저 회의실에 도착해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겨주었다. 이 날 장학생으로 졸업한 3명의 학생들과 장학생으로 선발된 5명의 학생들이 차례로 일어나 자기 소개와 장학생으로서의 활동들을 나눴다.
이어 펜스키의 환영사 순서가 오자 그 역시 학생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인생 경험담과 이로부터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권력 다툼과 남용에 지쳐가고 있는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참석한 사람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을 할 때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컬버 아카데미 리셉션 11세 때 컬버 군사 아카데미 여름 프로그램을 이수한 펜스키는 컬버 학교 직원과 동문 초대 연회를 개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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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90세가 되어 하루하루를 생일처럼 귀하게 맞이하고 있다는 그는 사업가로서의 역량과 기질을 발현해 주신 분은 아버지라고 소개하며 그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펜스키가 10달러짜리 라디오를 갖고 싶어하면 "네가 5달러를 만들어 오면 나머지 5달러를 지원해주겠다"는 식의 약속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원하는 물건 가격의 50%를 스스로 만들었고 나머지 반은 아버지가 대주는 식으로 물건을 얻게 되었다. 아무리 간절히 원하는 것일지라도 즉각적으로 가질 수 없었고 이러한 아버지의 방식은 그에게 인내심을 길러주었다.
그가 자신의 첫 사업체인 쉐보레 딜러십 매장을 인수할 때는 아버지한테 배웠던 방식대로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펜스키가 마련한 돈에서 5만 달러가 더 필요했고 그는 아버지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아버지는 수표를 주면서 "충성심과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후로 그는 경주를 중단하고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아버지께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사업에 성공하자 팀의 소유주로서 다시 레이싱에 돌아온 것이다. 그는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인생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라고 조언했다.
▲ 본사에 전시된 트로피와 상장을 관람하고 있는 학생들 장학생들이 펜스키 본사 2층 로비에 팀 펜스키가 수상한 트로피를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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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키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자리를 바로 뜨지 않았다. 참석한 장학생과 부모와 함께 개별 사진을 찍었고 준비한 선물을 하나하나 직접 나눠 주었다. 특히 학생들과 사진을 찍을 때는 학생들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시간도 충분히 할애해 주어 기업의 총수가 아닌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을 남겼다. 또한 장학생들의 부모님, 그의 커버 아카데미 서머 캠프 동문이자 장학생 선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그랜트 게렛(Grant Garrett)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으며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챙겼다. 가장 권위적이고 사무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장 겸손하고 따뜻한 리더십으로 깨뜨린 것이다.
▲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로저 펜스키 장학생의 자기 소개와 장학생으로서의 활동을 듣고 있는 펜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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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키는 2019년 사업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의 국가 안보와 국익, 세계 평화 및 문화 증진에 힘쓴 시민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46위에 올랐다.
그의 여정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장학생들과 만난 다음 날인 11월 14일 목요일, 그는 롱비치 그랑프리(Grand Prix of Long Beach)를 인수하면서 북미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권위 있는 스트리트 서킷 경주의 새로운 관리자가 되었다. 롱비치 그랑프리는 올해 50회를 맞이하는 대회로 펜스키는 이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펜스키의 노익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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