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자’ 보건장관에 개인 변호사는 법무차관

김철오 2024. 11. 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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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케네디 Jr 보건장관 지명
뉴욕 남부검장에는 ‘월가 저승사자’
‘인선 논란’ 상원 청문회 진통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데저트다이아몬드아레나 유세장에서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 찾아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음모론’을 주장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집권 2기 행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를 지휘하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에는 자신의 집권 1기 때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낸 ‘월가 저승사자’ 제이 클레이턴을 내정했다.

‘충성파’로 채워지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서 일부 내정자는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제기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의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상원 휴회 중 장·차관을 임명해 인사 검증의 장벽을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장관으로 발표하게 돼 전율을 느낀다”며 “미국인은 오랫동안 공중 보건에서 산업·식품·제약사들의 속임수와 허위 정보에 억눌렸다. 케네디 주니어는 가장 엄격한 연구와 투명성을 제시해 만성 질환 확산을 종식시키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지난해 10월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올해 대선 레이스에서 가문의 반대에도 무소속 후보로 도전했지만 지난 8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사퇴했다. 지금은 트럼프의 개인 별장인 플로라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차기 행정부 인선에 참여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을 상대로 백신 반대 로비 활동을 펼친 전력도 있어 보건 당국의 수장으로서 적격성을 놓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2014년 뉴욕 센트럴파크에 곰 사체를 유기하고, 30년 전 죽은 고래의 머리를 잘랐던 과거의 기행도 케네디 주니어의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트럼프는 또 차기 뉴욕 남부지검장에 클레이턴을 지명하며 “진실을 위한 전사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클레이턴은 대형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담당 변호사로 일했고, 트럼프의 1기 집권기인 2017~2020년에는 SEC 위원장을 지내며 월가 곳곳에 칼을 휘둘렀다. 특히 SEC 위원장 시절 기행과 돌발 발언으로 주식시장에 충격을 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금융 중심지 맨해튼을 관할하는 뉴욕 남부지검은 그동안 트럼프와 그의 개인 변호사들도 수사망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뉴욕 남부지검장 인선에 대해 “자신을 재판에 넘긴 사람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던 그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날 내무부 장관에 러닝메이트 후보로 한때 검토했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보훈부 장관에 ‘충성파’ 더그 콜린스 전 하원의원, 법무부 차관에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을 변호한 토드 블랜치를 각각 내정했다.

트럼프의 차기 법무부 인선의 경우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성 접촉을 하고 불법 약물을 사용한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한 데 이어 개인 변호사인 블랜치까지 차관으로 택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큰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의 경우 지난 5월 맨해튼 형사법원 배심원단이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제 형량 선고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일부 장·차관 내정자의 인사 검증을 우회하기 위해 ‘상원 휴회 중 임명’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C는 “상원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도록 설계됐지만 예외도 있다”며 “트럼프는 상원 휴회 중 임명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헌법 제2조 2항에는 ‘상원이 휴회 중일 때에도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해야 할 공직자들을 임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는 이미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면서 “휴회 임명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존 슌 신임 공화당 원내대표도 차기 행정부의 원활한 구성을 위해 트럼프의 제안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52대 48로 근소하게 우세한 공화당 상원에서 3표의 반란표만 나와도 트럼프의 구상은 틀어질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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