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 가고, 김재호 없고... 또다른 화수분 필요한 두산

이준목 2024. 11. 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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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현역 은퇴 공식 발표... 육성·리빌딩 시급한 과제

[이준목 기자]

 박석민(왼쪽) 두산 베어스 코치가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타자들의 프리배티을 지켜보고 있다. 2024.11.12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이번 겨울 또다시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2010년대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각각 3루수와 유격수 자리에서 세 차례 팀 우승을 함께했던 허경민과 김재호가 나란히 팀을 떠났다.

두산은 지난 14일 김재호의 현역 은퇴를 공식발표했다. 김재호는 10년 가까이 두산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활약해왔다.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4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던 김재호는, 당시 선수층이 리그에서도 손꼽힐 만큼 두텁던 팀 사정상 오랜 시간을 무명과 백업으로 보내야 했다.

2014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NC 다이노스 이적으로 드디어 기회를 잡게된 김재호는, 두산의 주전으로 올라서며 세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5·2016·2019년)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최전성기인 2015-16시즌에는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KBO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두산의 주장도 역임했다.

또한 김재호는 두산에서만 원클럽맨으로 21년을 활약하며 통산 1793경기에 출장하여 안경현(1716경기·2위)을 뛰어넘어 구단 역대 최다 경기 출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재호는 프로통산 타율 .272(4534타수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두산(OB시절 포함)중 가장 높은 누적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인 29.41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여러 차례 발탁되어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당시 초대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재호는 2024시즌 종료 뒤 세 번째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신청을 포기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최근 구단의 세대교체 기조를 반영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만큼 아직 1-2년은 충분히 더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고 평가받았기에 많은 팬들은 김재호의 선택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두산의 또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허경민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T 위즈로 이적했다. 지난 8일 KT는 허경민을 4년 총액 40억 원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허경민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9년 두산에 입단해 김재호와 함께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8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정상급 3루수다. 통산 1,548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1,483안타 636타점 765득점을 기록했으며. 두산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24년도 115경기 타율 .309 7홈런 61타점으로 공수에 걸쳐 여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프랜차이즈로 은퇴한 김재호와 달리, 허경민의 이적은 두산 팬들에게 엇갈린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허경민은 지난 7월 잠실구장에서 일부 두산 팬들이 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던 트럭시위에서 연봉 못하는 고액연봉자 중 하나로 지목돼 비난의 집중 표적이 되기도 했다. 허경민이 FA를 앞두고 팀보다 개인성적에만 치중한다는 의심이었다.

이에 허경민은 FA로 팀을 떠날 것을 우려하는 팬들에게 "저는 앞으로도 계속 여기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약속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KBO리그 각 팀마다 김도영(KIA), 송성문(키움), 김영웅(삼성), 노시환(한화), 손호영(롯데) 등 대부분의 구단이 확실한 3루수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도 허경민의 이적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두산의 방심은 오판이 됐다. 허경민은 2020시즌 종료 후 두산과 4+3년 최대 8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4년간 65억 원을 받은 허경민이 두산과의 계약을 연장했다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년간 20억 원에 불과했다. 두산은 허경민의 FA 신청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선수를 잡으려는 듯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황재균의 노쇠화 조짐으로 하필 유일하게 3루 자리가 불안해진 KT가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올시즌 개인성적도 나쁘지 않았던 허경민으로서는 굳이 두산과의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더 나은 조건을 쫓아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부담 커진 두산... 보강 쉽지 않을 듯
 이승엽 두산 감독이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두산은 2024시즌 74승 2무 68패로 4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2연패로 사상 최초의 업셋을 당하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이승엽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은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에서 연이어 무력한 모습을 거듭하면서 팬들의 민심은 그리 좋지 않다. 이승엽 감독은 홈팬들의 야유를 듣는 수난까지 겪어야 했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두산 주장 출신 은퇴 선수 오재원의 마약 파문이 벌어지며, 이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던 두산 선수단 8명이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도 있었다. 안팎으로 올시즌 두산 구단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은 가운데, 전력보강은 커녕 내야진의 리더급이던 두 선수를 동시에 잃게 되면서 더욱 비상이 걸렸다.

현재로서 두산의 외부 FA 영입을 통한 보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허경민과 함께 내야수 최대어로 꼽히던 심우준이 한화로 이적하면서, 이제 FA 시장에 남은 내야수 자원은 류지혁과 하주석, 서건창 정도다.

류지혁은 2020년까지 두산에서 활약했고 내야 슈퍼 유틸리티 자원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부상이 잦다는 게 약점이다. 서건창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이고 하주석은 기량저하와 멘탈 문제,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평가가 좋지않다. 두산 구단으로서는 자칫 보상 선수 유출을 감수해야 하는 패닉 바이가 될수도 있는 만큼 성급한 외부 FA 자원 영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두산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러운 시기로 다가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호의 경우, 이승엽 감독 부임 이후 2년간 총 148경기(2023년 91경기, 2024년 57경기) 출장에 그치며 이미 팀내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허경민 역시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만큼 에이징 커브 우려를 고려하면 아무리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구단이 또다시 거액을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두산은 어느덧 주전 2루수로 자리잡은 강승호를 비롯해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전민재, 여동건 등 두산은 젊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 자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2000-2010년대 두산은 FA 자격을 얻은 고액연봉자들을 적극적으로 잡지 않고도 매년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이승엽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성적 못지않게 육성과 리빌딩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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