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살아온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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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기억의 낙원> 은 인간이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생과 사, 의식과 인지능력의 한계를 기술로 사고팔 수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기억의>
소설 <기억의 낙원> 은 시한부 아내의 괴로웠던 삶을 행복한 꿈으로 마무리하려는 남편, 꿈이 없는 아이를 의사로 만들려는 부모, 자신의 가족을 파괴한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여자, 가난한 이의 외국어 능력을 자식에게 이식하려는 부자 아빠. 기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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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 기자]
▲ 책표지 기억의 낙원 |
ⓒ 웅진지식하우스 |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발할라'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을 조작해, 바라고 원하는 기억으로 만들어주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SF소설을 읽는 내내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인물 하람은 '조작몽 안락사'를 설계하는 일을 하는 '더 컴퍼니'에 장 교수의 제안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의뢰인들의 바람과 이야기를 듣게 된다.
조작몽 안락사 서비스가 잘 마무리되어 가족 중 한 명이 행복하고 평온하게 떠날 수 있게 된다면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하는가. 또한 완벽이나 최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악을 피하고자 하는 의뢰인들의 요구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 행위가 불법적인 것이더라도 용인해야 하는가. 결론을 낼 수 없는 두서없는 질문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주인공 하람은 남겨진 삶이 고통으로만 가득찬 이에게 조작몽 안락사가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을거라고 말하는 장 교수의 신념이 설득력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의문을 갖는다.
한편 풍요와 쾌락이 넘치는 메타버스 세상인 '아르카디아'가 죽음 이후의 삶을 보장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육신은 생체리듬을 멈추지만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인터페이스에 연결(BCI)하여 '아르카디아'에 접속하게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감옥으로 설정된 '안티고니아' 지역도 존재한다. 하람이 대학시절 상상했던 공간이 실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설립자인 장 교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삐뚤어지고 불안정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는 일에 매달려 '아르카디아'라는 가상의 공간, 기억의 낙원을 만들었지만 결국 세상은 더욱더 뒤틀려 버렸다.
결국 아르카디아를 만든 발할라 시스템을 해체하면서 인간은 깨닫게 된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그러나 인간의 오만은 그 무한도 넘어선다'는 것을.
소설 <기억의 낙원>은 시한부 아내의 괴로웠던 삶을 행복한 꿈으로 마무리하려는 남편, 꿈이 없는 아이를 의사로 만들려는 부모, 자신의 가족을 파괴한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여자, 가난한 이의 외국어 능력을 자식에게 이식하려는 부자 아빠. 죽은 아내를 메타버스 사후 세계에서 만나려는 남자.
이렇게 다양한 인간의 욕망을 들춰내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더 컴퍼니'라는 조직의 실체를 밝혀내려고 뒤를 쫓는 신문기자 소이와 '가이라'라는 비밀 단체의 추격전이 숨막히는 속도로 전개되면서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나는 기억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그 경계는 희미하고 때론 사라진다. 진실이라 믿는 것들이 허상일 수 있음을, 그리고 외면하는 것들이 진실일 수 있음을, 이 소설은 말한다.'
(315쪽)
현실 세계에서도 메티버스와 AI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영역에서 AI와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점차 발전하는 기술과 제도권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욕심을 어떻게 조화롭게 디자인하고 직조해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
<기억의 낙원>을 읽은 독자들은, 윤리적 딜레마들과 부딪히고 파헤치고 깨달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할지 어떤 것들을 선택해야 할지 사유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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