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오기출 기자]
▲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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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구 온도는 조만간 1.5℃를 넘어 2℃ 상승을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는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 올 초에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석유 가스 대기업 최고 경영자 20여 명을 초청해 자신이 당선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석유 가스 시추 규제를 철폐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미국 석유 가스 기업들이 기부금 7500만 달러(약 1050억 원)와 광고비 8000만 달러(약 1120억 원)를 냈고, 트럼프 당선 시 연방 소유 땅과 바다에서 무제한으로 석유와 가스 채굴 허가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당선되었다. 지구촌에는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6일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당선으로 2030년까지 미국은 지금보다 온실가스를 40억 톤 더 배출한다면서, 이는 지난 5년간 지구촌이 태양광, 풍력, 녹색기술로 감축해 온 온실가스의 2배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한미동맹 믿고 790억 달러 투자한 한국 기업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화석연료의 나라로 바꾸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는 한국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동맹을 믿고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마주칠 위기는 심각하다. 트럼프의 승리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년간 추구해 온 정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청정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투자하면 3900억 달러(약 545조 원)의 보조금과 세금 감면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만들었다. 그 목표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40% 감축과 미국인을 위한 녹색 일자리 창출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 직접투자를 하고 공장을 만들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가장 적극 참여한 나라가 한국이고, 한국 기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3년(2021~2023년)간 한국 기업들은 최소 미국에 790억 달러(약 110조 원)를 직접 투자했다. 주로 배터리, 태양광,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다. 한국에서 청정에너지와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 한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2023년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총규모가 634억 달러(약 88조 원)인데, 그중 44%인 277억 달러(약 38조 원)를 미국에 투자했고, 미국 투자 기여도가 세계 1위였다.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직접투자를 늘린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해외 직접투자로 미국에 7만 45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한국이 17%로 독일의 11%보다 높았다. 한국이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 2022년 12월 6일 당시 지동섭 SK온 사장(왼쪽 세 번째)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블루오벌SK 기공식 기념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창우 블루오벌SK 대표,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 사장, 지동섭 사장, 이재승 마케팅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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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 배터리 제조기업 'SK온'과 '포드자동차'의 합작기업인 '블루오벌SK'가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114억 달러(약 15조 9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최대 92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의 자금 지원도 조건부로 승인받았지만 아직 지급은 안 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올해 하반기에 이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제조시설에 주로 투자한 SK온은 지난 10분기 동안 약 2조 6000억 원 누적적자를 보았다. 올해 하반기 미국 공장 가동과 정책자금 확보가 적자 축소에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는데,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
지난 6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블루오벌SK에 정책자금을 집행할 미국 에너지부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Loan Program Office)을 표적으로 삼아 조직을 해체하거나, 석유와 가스 지원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은 작년 12월 충북 음성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폐쇄했다. 아울러 올해 4월 중국 장쑤성의 중국법인 운영도 중단하고, 미국 태양광 제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25억 달러(약 3조 5천억 원)를 투자해 연간 모듈 생산 8.4기가와트(GW) 규모의 미국 최대 태양광 제조 단지를 만들고 있었다.
전체 매출의 70%가 미국에서 발생하는데 올해 들어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부는 8월 한화큐셀에 14억 5천만 달러(약 2조 원)의 정책자금 대출을 결정했지만,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한화큐셀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6년부터 추진할 대규모 태양광 보급 사업에 기대를 걸었으나 이번 트럼프 당선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사정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전기자동차나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미국 행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지원하기로 한 정책자금을 즉각 회수하거나, 세금 감면을 전면 중단하는 일은 당장 없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동안 그곳에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듯이 트럼프의 재무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축소할 것이고, 세금 감면 자격에 대한 규칙 개정을 할 것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수요를 대대적으로 만들어줄 정부가 없다는 점이 기업들에는 가장 큰 고통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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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직접투자가 주로 현지에서 공장을 짓고 인건비를 지원한 시설투자이다 보니 투자회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으로 이동한 한국 자본이 돌아올 길을 잃어버린 이유다. 한국이 이번에도 경험할 가혹한 어려움은 트럼프가 또다시 한국에 노골적으로 직접투자를 요청할 것이란 점이다.
지난 9월 24일 트럼프는 조지아주의 '서배너시(市)' 유세에서 "트럼프에 투표하면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독일에서 조지아주로 제조업의 대규모 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트럼프 당선자와 조만간 만나고 싶어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트럼프는 만나자마자 한미동맹의 거래 조건으로 한국 제조업의 미국 직접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미국 행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해 유연한 정책을 쓴다고 하면 우리 석유·화학 분야도 종전과 같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는 한미동맹의 거래 조건으로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줄 모양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래 조건은 한국은 제조업과 일자리를 모두 잃고, 미국은 그것들을 모두 얻는 데 있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미국을 도울 '머니머신'(현금 인출기)인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지구촌은 기후위기 쇼크에 시달리고, 한국의 대미 투자자본은 한순간에 불확실성의 쇼크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3년을 성찰해야 함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 정책을 지지하면서 또다시 실패할 대미 직접투자를 수용할 태세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당장 눈앞의 트럼프만 볼 게 아니라, 미국으로 이동했던 세계적인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 산업들이 다시 한국에서 비전을 갖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유럽연합, 중국, 일본이 기후무역 장벽을 만들어 고탄소 제품들의 수입을 막는 현실에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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