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빅리거에게 향한 불의의 사구…“숙소에서 꼭 사과하겠습니다”

고봉준 2024. 11. 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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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요안 몬카다가 14일 열린 프리미어12 B조 예선 한국전에서 6회 공을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전직 메이저리거에게 불의의 사구가 향했다. 타자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투수는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끝까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한국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쿠바와의 2차전에서 2회말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두른 김도영을 앞세워 8-4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성적을 1승 1패로 만들고 본선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6개국이 속한 B조에서 최소 2위를 기록하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대만과의 1차전 3-6 패배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린 한국은 15일 오후 7시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숙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이날 경기의 주역은 올해 KBO리그에서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이었다. 3번 3루수로 나온 김도영은 2-0으로 앞선 2회 상대 선발투수 리반 모이넬로로부터 만루홈런을 빼앗았다. 바깥쪽 높게 제구된 시속 150㎞짜리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형 아치였다. 또, 7회에도 좌월 솔로포를 추가해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김도영이 이끈 타선 못지않게 마운드의 힘도 느껴진 하루였다. 선발투수로 나온 곽빈은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4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소형준과 곽도규, 이영하가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승기를 굳혔다.

이날 승리투수 타이틀은 소형준이 가져갔다. 곽빈의 뒤를 이어 5회 등판한 소형준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26구를 던지며 무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올 시즌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음에도 여전히 힘 있는 구위로 쿠바 타자들을 압도했다.

소형준이 14일 열린 프리미어12 B조 예선 쿠바와의 2차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형준은 6회 몸 맞는 볼로 교체된 요안 몬카다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다만 경기 중간에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6-0으로 앞선 5회 곽빈이 연속 볼넷을 내줘 올라온 소형준은 진 왈터스와 로엘 산토스를 연달아 범타로 유도해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후속타자 요안 몬카다에게 던진 공이 몸쪽으로 향하면서 사구가 나왔다.

오른손을 정통으로 맞은 몬카다는 그라운드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부상 부위가 좋지 않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트레이너의 치료를 받았다. 결국 쿠바 벤치는 몬카다가 더는 뛸 수 없다고 판단해 로베르토 발도퀸을 대주자로 투입했다. 이 사이 소형준도 마운드 근처에서 계속해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747경기를 뛴 3루수 몬카다는 상태를 지켜보며 향후 출전 계획을 잡기로 했다.

경기 후 만난 소형준은 “아무래도 몬카다가 빅리그에서 활약한 강타자다 보니까 공을 깊게 던지려고 했던 것이 사구로 이어졌다. 정말 미안했다”면서 “이번 대회 기간 쿠바 선수들과 호텔에서 여러 차례 마주쳤다. 오늘 숙소로 돌아가면 꼭 만나 사과의 뜻을 다시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구로 마음이 흔들렸지만, 소형준은 2사 만루 위기를 잘 막아냈다. 후속타자 바바로 아루에바레나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해 실점 없이 5회를 지켰다.

쿠바 요안 몬카다(아랫줄 왼쪽)가 14일 열린 프리미어12 B조 예선 한국전에서 6회 공을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소형준은 “점수차가 있던 상황이라 주자를 쌓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려고 헛스윙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려는 투구를 가져갔다”면서 “오늘 승리로 본선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남은 경기 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잘 회복하겠다”고 했다.

한편 소형준은 후배 김택연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8-1로 앞선 8회 올라온 신인 셋업맨 김택연은 우월 2점홈런과 좌월 솔로포를 연달아 내줘 곧장 강판됐다. 마무리 박영현 앞에서 중책을 맡아야 할 김택연이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흔들리면서 류중일 감독의 필승조 고민이 깊어졌다.

소형준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 경기 끝나고 (김)택연이에게 ‘맞을 것 다 맞았으니까 내일부터는 자신 있게 던져라’고 말해줬다. 워낙 좋은 공을 가진 선수인 만큼 다음 경기에선 자기 몫을 해내리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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