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가 사라져 가고 있다

조현대 2024. 11. 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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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의 삶에 중요한 도구, 점자 사용을 활성화해야

[조현대 기자]

지난 4일은 '점자의 날'이었다.

1926년, 박두성 선생님이 점자를 착안한 이후,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글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점자는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려운' 것, '불편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도 어린 시절, 맹학교에서 점자를 배우며 많은 좌절을 겪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점자를 처음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자를 읽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겨울방학, 나는 친구로부터 점자 편지를 받았다. 손끝으로 그 작은 돌기들을 읽으면서, 나는 글의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그때 내가 느낀 그 답답함은, 점자를 배우는 시각장애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점자를 배우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손끝으로 그 돌기들을 빠르게 읽어내지 않으면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점자를 아는 것과 그것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점자 도서관에 가면, 원하는 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점자가 어려워서 배우지 못했기에 결국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음성도서를 선호하게 된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정보단말기, 즉 한소네를 사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소네는 가격이 무려 580만 원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개인이 이를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소네를 지원받으려면 매년 한국정보화지능원을 통해 신청해야 하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마치 복권에 당첨되듯이 어렵다. 나는 5번을 신청했지만, 한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더 이상 신청조차 하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이 기회조차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점자를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점자는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자립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나 또한 점자를 통해 다른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자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점자를 배운 시각장애인들은 점점 더 적어지고,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나아지지 않는다.

시각장애인 복지관과 자립센터의 행사에서도 점자 자료가 대부분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점자가 없다면 , 시각장애인들은 중요한 정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 내가 시각장애인으로서 겪었던 수많은 불편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자 자료의 부족이었다 .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행사나 일정표에 점자가 없을 때, 나는 정말 소외감을 느꼈다. 시각장애인 복지관조차도 점자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정보는 손끝으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점자가 없다면 그 정보는 나에게 전혀 의미가 없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와 정보들을 점자화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점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점자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각종 시험에서도 점자로 답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시각장애인이 시험에서 점자로 답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독 대필을 통해 시험을 보는데, 이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점자 문제지와 점자 답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선거에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점자 투표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내가 겪었던 경험처럼, 현행 방식에서 도장을 잘못 찍을 위험이 매우 크다. 점자 투표는 시각장애인들의 참정권을 행사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점자는 단지 시각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점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 바로 '정보를 얻을 권리'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우리는 점자 교육을 강화하고, 점자 도서를 늘리고, 점자 정보 단말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오늘, 점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점자를 아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라, 점자가 '활용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점자 교육과 자료 제공, 그리고 점자 기반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넓혀가야 한다. 점자는 그저 문자와 숫자를 넘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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