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타자기]벼랑끝 닌텐도 구한 평범한 혁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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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숱한 실패한 경영인들조차 늘 강조하는 말이다.
창조적 혁신, 파괴적 혁신 등 파생상품은 다양하다.
저자 레지널드 피서메이는 이 책 원제를 파괴적 혁신이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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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숱한 실패한 경영인들조차 늘 강조하는 말이다. 창조적 혁신, 파괴적 혁신 등 파생상품은 다양하다. 그만큼 일상적이고 식상한 단어다. 누구나 외치기에 더는 특별하지 않고, 설득력도 그닥이다.
저자 레지널드 피서메이는 이 책 원제를 파괴적 혁신이라 붙였다. 위기의 닌텐도를 구한 대단한 경영인이지만 제목은 썩 대단하지 않았다. 목차부터 식상함의 연속이다. 본문 중간마다 ‘혁신의 핵심’이라는 짤막한 ‘팁’을 넣었다. 너무나도 진부한 구성이다.
초반부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민자 흑인 가정에서 자라난 저자가 어떻게 가난과 편견을 딛고 학업에 매진했는지, 입시 결과는 어땠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뉴욕 브롱크스 슬럼가에서 살벌한 환경을 매일같이 마주했고, 주변의 차별적 시선도 당당히 이겨냈다. 흔히 볼 수 있는 성공한 CEO의 눈물겨운 유년기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될수록 첫인상은 구겨졌다. 이 책은 단순히 사례를 열거하고 자신의 업적을 칭송하는 경영도서가 아니었다. 기승전결이 충분한 이야기에 가깝다. 저자가 P&G에 입사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어떤 상황에 부닥쳤고, 어떤 의사결정을 왜 내렸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군더더기 없이 묘사된다. 불필요한 개념 설명이나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핵심 인물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당시 판단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저자의 전문 영역은 기획과 마케팅이다. 자칫하면 허울 좋은 수사에 매몰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상황과 근거, 결과까지 모두 실체가 뚜렷하고 묘사는 간명하다. 긴박한 추리소설처럼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다. 외서임에도 단문 중심으로 간결히 번역된 점도 술술 읽히는 데 보탬이 됐다.
닌텐도를 10년 넘게 이끈 이와타 사토루 사장과의 대화는 자주 등장하는 사례다. 예를 들어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의 출시 가격을 두고 이와타 사장과 당시 닌텐도 아메리카 지사장인 저자는 여러 차례 부딪힌다. 오래된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보수성이 미국 시장에는 맞지 않다는 점을 들며 이와타 사장을 꾸준히 설득한다. 이때 이와타 사장의 항변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그가 얼마나 침묵했는지, 이후 어떤 이들과 의논하고 마음을 돌렸는지 상황만 묘사하지만 고민의 깊이는 그대로 전달된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소 성공 일변도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오는 거부감도 있다. 피자헛 근무 시절 담당 지역 내 가맹점주에게 배달 피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을 설득했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인생에서는 설득 자체가 어려운 이들이 있다. 설득하려는 언어 자체를 알아듣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직진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을 맞닥뜨렸을 때 저자는 어떻게 돌파했을까. 단순히 그 상황을 피해 갔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설득력이 있다. 성장부터 절정, 은퇴까지 저자의 인생을 주요 선택의 순간들로 자연스레 나열했다. 저자가 직원을 다루는 용인술, 동료들과 협업하는 방식, 문제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태도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모든 순간은 결국 우리 직장인들이 겪어 왔거나, 앞으로 닥칠 일들이다. 저자가 모든 직장인과 사장님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 레지널드 피서메이 | 서중기 옮김 | 이콘 | 312쪽 | 1만8000원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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