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월동지 달성습지를 관광 단지로 만들겠다는 대구시

[주장] 디아크 문화관광활성화사업을 반대한다

[정수근 기자]

▲ 2014년 10월 말 달성습지에 흑두루미 수십 마리가 내려앉은 모습. 이곳은 불과 교량 예정지와 500여 미터 거리이고, 오리배 사업 현장과는 바로 200여 미터 거리일 뿐이다. ⓒ 대구지방환경청

▲ 대구시가 디아크 앞 수공 자회사가 운영하는 오리배 사업 현장에 내건 금호강 르네상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대형 홍보 간판 ⓒ 정수근

달성습지 초입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 사업인 이른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왜냐하면 달성습지와 문화관광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고 문화관광이라는 그 내용의 수준이 너무나 천박해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왜 반대하는가

백번 양보해서 관광이라는 말이 들어와야 한다면 '생태관광'이라는 말이어야 한다. 그것도 생태 교란 요소가 철저히 차단된 생태관광 말이다. 왜냐하면 달성습지는 철새 도래지이자 야생 동물 보호구역이기 때문이고, 89년 세계습지목록에도 오른 바 있는 세계적인 자연습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희귀 철새인 흑두루미가 90년 중반까지는 월동한 곳이고, 지금도 대구시나 달서구가 흑두루미가 다시 도래하도록 하기 위해 먹이터를 조성하고, 흑두루미 울음 소리를 쏘는 등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구시나 달서구나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는 달성습지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문화관광이 웬말이란 말이고, 이곳에 분수를 쏘고, 화려한 경관 조명을 단 휘황찬란한 관광 교량이 도대체 웬말이란 말이냐 하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 자회사가 달성습지 바로 코앞에서 운영하는 제트보트와 오리배 사업 현장. 홍보 간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 정수근

설상가상 이곳 달성습지 경계 내에서 이미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 자회사가 운영하는 제트보트와 오리배 사업을 허용해 철새들이 오건 말건 보트를 탄 관광객이 유유자적 보트를 타고 유람하고 스피드를 즐기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엔 환경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 나라에는 문화이란 것이 없고, 도덕과 윤리란 것이 없다는 말인가?"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생태윤리'란 말이 있다. 생태계의 질서를 따라 그것을 지키려 애쓰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킨다는 말일 것이다. 생태계란 뭔가. 생명그물이란 말이고, 생명질서란 말이고 생명들의 거대한 집이란 말이다. 생명의 질서 속에서 공존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땅과 우리 산하가 인간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과 공존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오직 인간의 유희를 위해서 모든 공간을 독점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말이다. 생명의 질서가 깨어진 곳에서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고, 생명그물이 끊어지면 거대한 생태계인 지구가 더 이상 우리 삶의 공간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미 막대한 기후위기로 지구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신호를 보고 있고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가공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라면 말이다. 생명그물이 끊어지는 것을 막아내야 할 것이고, 생명의 질서가 망가진 것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따라서 야생의 공간인 달성습지는 야생의 존재들을 위한 공간으로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 달성습지는 인간이 아닌 그들 야생의 공간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그들이 그곳에서 편히 쉴 수 있게 인간의 간섭은 없어야 하고, 있더라도 정말 최소한의 간섭이어야 한다.

▲ 달서구에서 겨울철새 먹이터와 쉼터를 마련해준 곳에서 고라니와 백로가 놀고 있다. ⓒ 정수근

▲ 겨울철새가 찾아오고, 고라니가 뛰어노는 바로 그 앞으로 오리배가 둥둥 접근하고 있다. ⓒ 김종원

그래야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다시 도래하고, 큰기러기가 오고 수리부엉이와 삵과 오소리가 오고, 고라니가 맘껏 뛰어놀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그들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곳에 제트보트가 질주하고, 오리배가 둥둥 뜨고, 10미터 교량 위에선 분수가 내려꽃히고 휘황찬란한 조명을 밝히는 이런 야만의 문화가 어떻게 이곳 달성습지에서 그려질 수가 있다는 것인가. 대구시에는 과연 문화란 말과 생태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인가.

시장이 잘못하고, 해당 부서가 잘못하면 환경과나 누군가 나서서 잘못을 고하고, 잘못 가는 정책을 바로잡아줘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 법인데, 지금 대구시는 배가 산으로 가는 정책을 펴고 있고 이를 제어할 아무런 내부적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는 데 비극이 있다.

▲ 4대강사업 홍보관 디아크. 노아의 방주를 닮은 이상한 구조물이 달성습지 바로 앞에 들어섰다. ⓒ 정수근

180억 원 들여 디아크란 4대강사업 홍보관을 이곳에 지은 것부터가 사실 잘못이었다. 그 원죄를 막지 못했고 따라서 저 노아의 방주를 닮은 이질적인 구조물이 들어서니 그때부터 이미 달성습지에는 망조가 들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계속해서 야금야금 토건개발의 삽질 문화가 하나하나 스며들어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싸구려 관광문화로 생명의 공간인 달성습지를 팔아먹으려 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지구별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달성습지 생명의 질서 되찾아야

절대로 안될 일이다, 달성습지라는 생명의 공간에 걸맞은 문화를 수립해야 한다. 달성습지라는 공존의 공간을 위한 생명의 질서와 생태윤리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구별이라는 이 중요한 생태계를 온전히 지켜내 우리가 이곳에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생명의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

그 출발선이 디아크 앞에서 벌어지는 이 싸구려 관광산업을 막아내는 것이다. 싸구려 관광이 아니라 철저히 절제된 생태관광이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화가 들어서게 해야 한다.

▲ 달성습지에 날아온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녀물인 흑두루미. 이런 달성습지를 대구시는 싸구려 관광단지로 조성하려 하고 있다. ⓒ 대구지방환경청

▲ 화려한 조명에 배가 돌아다니고 분수를 쏘고 이런 곳에 흑두루미가 어떻게 돌아온다는 말인가? ⓒ 대구시

따라서 이곳에 화려한 관광교량은 절대로 안될 일이다. 이곳에 제트보트와 오리배 또한 절대로 불가한 일인 것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보행교량은 지금 있는 금호대교 뒤로 물리고(강을 건널 수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조명과 분수는 마땅히 떼어버려야 할 것이다. 이곳에 자리잡아야 할 것은 조용한 산책 문화여야 하고 이곳을 찾아온 야생의 존재들을 탐조하고 관찰할 수 있는 생태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습지목록에 오른 바 있는, 흑두루미 월동지 달성습지라는 세계적 습지에 값하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지 이곳을 싸구려 관광관지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달성습지의 친구들 ⓒ 정수근

이런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달성습지의 친구들인 이들이 매주 금요일 디아크와 금호강 사이 산책길 앞에서 금호강 르네상스 반대 서명전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과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말한다.

"달성습지 망치는 싸구려 문화관광 썩 물러가라! 이곳에 필요한 것은 조용한 산책과 탐조 문화다. 대구시는 천혜의 자연습지 달성습지를 팔아먹지 말라! 달성습지에 필요한 것은 옛 모습대로의 복원이고, 달성습지를 온전히 보전하는 일이다! 대구시는 각성하라!"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