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1st] '공간연주자' 이재성, 한국의 뮐러로 성공적 변신… 더 좁은 공간에서 더 빛나는 활약 중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미드필더 이재성의 역할을 상당부분 황인범이 가져가면서, 이재성은 한층 공격수에 가까운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그 변신은 성공적이다.
이재성의 A매치 연속골이 끊겼지만, 쿠웨이트전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한국 승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14일(한국시간) 쿠웨이트 아르디야의 자베르 알아흐마드 국제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5차전을 치른 대한민국이 쿠웨이트에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4승 1무로 승점 13점에 도달하며 선두 독주를 이어갔다. 경기 전 5위였던 쿠웨이트는 3무 2패로 승점 3점에 머물렀다.
이날 이재성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36분까지 활약한 뒤 이현주와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이재성은 확실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0월 요르단, 이라크를 연파할 때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3차 예선 최대 고비를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었던 핵심 역할을 했다.
쿠웨이트전에서도 이재성의 공격적인 역할은 번뜩였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득점 상황에서 좋은 연계 플레이로 쿠웨이트 수비 중앙을 무력화하는데 일조했다. 황인범의 크로스를 받아 특기인 헤딩슛을 날린 것이 골대에 맞고 아깝게 무산되기도 했다.
이재성은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선수들에게 큰 짐을 지우고 체계가 붕괴된 전술 탓이 컸다. 약속된 움직임과 대형이 없는 가운데 이재성은 가장 희생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만약 누군가 상대 수비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면, 이재성은 기꺼이 그 짐을 짊어지는 선수다. 그러면 이긴 경기든 진 경기든 이재성 개인의 패스 성공률 등 세부기록은 나쁘게 나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뒤로 내려가서 희생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 특기였던 이재성은 최근 대표팀 내 역할을 많이 바꿨다. 활동반경을 중앙 및 전방으로 좀 더 줄였다. 스트라이커 오세훈 뒤에서 활동하면서, 상대 수비가 중앙에 더 신경 써야 하도록 선수들을 붙잡아 놓는다. 좌우의 스타 손흥민과 이강인이 좀 더 쉽게 하프스페이스(경기장을 세로로 5등분했을 때 좌중간과 우중간)에 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기여를 한다.
그러다 중앙에 공이 들어왔을 때 이재성의 가장 큰 장점인 예측력으로 낙하지점을 포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 포인트를 생산한다. 또한 활용하는 공간은 좁아졌지만 그 안에서는 확실하게 상대를 압박한다. 상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쪽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을 저지하고 방해한다. 한국이 쿠웨이트 상대로 전반전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공을 내주자마자 덤벼드는 카운터프레싱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었는데 그 중심에 이재성이 있었다. 직접 공을 빼앗아 득점기회로 이어간 상황도 있었다.
이 역할의 대표선수인 독일 대표 토마스 뮐러를 연상시키는 쪽으로 이재성의 대표팀 내 캐릭터가 잡혔다. 뮐러와 이재성은 기술적으로 딱히 특기가 없어보이지만 남다른 지능으로 엘리트 선수가 되었다는 특징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동안 이재성은 어디까지나 미드필더였고 뮐러는 공격수에 가까웠기 때문에 두 선수가 겹쳐보일 일은 없었는데, 최근 대표팀의 이재성은 뮐러와 더욱 비슷한 쪽으로 캐릭터를 잡고 활약 중이다. 뮐러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 '공간연주자(Raumdeuter)'는 요즘 이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
이처럼 이재성이 자신의 특기를 좀 더 앞쪽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미드필드 플레이를 황인범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인범은 중원부터 측면과 전방까지 아우르는 넓은 활동폭으로 한국의 패스를 끝없이 연결해 주며 그러다 킬 패스까지 날리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과거 이재성의 임무를 황인범이 많이 가져가줬기 때문에 두 선수는 역할을 나눌 수 있게 됐다. 황인범의 패스를 이재성이 마무리하는 식의 조합이 형성됐다.
뛰어난 2선 자원이 많이 등장하면서, 후배들 중 기술만 따지면 이재성보다 더 나은 선수들도 생겼다. 하지만 이재성이 팀 플레이 능력을 희생이 아닌 공격 마무리에 쓰기 시작했을 때 보여주는 특이한 장점은 따라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다. 훈련시간이 짧은 대표팀에서, 전방 공격이 매끄럽게 전개되고 높은 확률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주는 '지능'을 맡는 선수는 이재성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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