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의 분신술! 수비, 패스전개, 어시스트까지… 역대급 혹사 스케줄 뚫고 맹활약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이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십중팔구 그 중심에는 황인범이 있다.

쿠웨이트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14일(한국시간) 쿠웨이트 아르디야의 자베르 알아흐마드 국제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5차전을 치른 대한민국이 쿠웨이트에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4승 1무로 승점 13점에 도달하며 선두 독주를 이어갔다. 경기 전 5위였던 쿠웨이트는 3무 2패로 승점 3점에 머물렀다.

이 경기를 앞두고 지난 한 달간 누적된 피로가 가장 큰 대표 선수는 황인범이었다. A매치 소집 전까지 최대한 치를 수 있는 경기 숫자가 매주 2경기씩 총 7경기였는데, 황인범은 소속팀 페예노르트에서 7경기 모두 선발 출장했고 그 중 6경기는 풀타임이었다. 앞선 10월 A매치에서도 두 경기 모두 90분 이상 소화했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황인범의 지난 한 달간 스케줄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힘든 편에 들었다.

하지만 쿠웨이트전 황인범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언제나처럼 한국에서 가장 팀 플레이를 충실하게 소화하는 선수였다. 황인범의 전술적 비중은 막대하다. 황인범은 중원에서 박용우와 함께 패스 전개와 수비 보호를 맡는다. 공격할 때는 가장 활발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이강인과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주는 역할도 한다. 즉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이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오른쪽 윙어 이강인과 패스가 활발하게 교환되고, 왼쪽으로 이동해야 왼쪽 윙어 손흥민의 고립을 막아줄 수 있다.

이는 황인범 못지않은 팀 플레이어 이재성이 대표팀에서는 활동반경을 비교적 좁힌 상태에서 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재성은 대표팀에서 많이 내려와 받아주는 역할보다는 섀도 스트라이커 위치에 맞게 스트라이커 바로 뒤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원에서 황인범의 비중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시절에 비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황인범의 활약상은 일단 이날 최다 공격포인트였던 2도움으로 입증된다. 전반 10분 정확한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딩골을 이끌어냈고, 후반 29분 수비 뒤로 찔러주는 스루패스를 통해 배준호의 쐐기골을 도왔다. 받는 선수의 특성까지 정확히 살린 다양한 구질의 어시스트였다.

좋은 플레이가 골로 연결되지 않았던 상황도 여러 번이었다. 손흥민 뒤로 파고드는 움직임은 이날 황인범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수비수와 대치하고 있을 때, 황인범이 중원에서부터 빙 돌아 손흥민 뒤로 전력질주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의 크로스가 이재성의 골대 맞힌 헤딩슛으로 이어졌다.

지친 기색 없이 묵묵히 팀 플레이를 소화한 황인범은 후반 36분 백승호와 교체되며 조금이나마 체력 소모를 덜 수 있었다.

황인범은 이번 시즌 이적한 페예노르트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일 때도 있지만, 가장 자주 맡은 역할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다만 수비진 앞을 지키고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빌드업이나 공격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좌우 측면을 향해 빠져 들어가면서 동료 미드필더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 대표팀에서 맡는 역할과 비슷하다. 소속팀에서도 부담이 큰 임무를 무난하게 해낸 것이 대표팀 경기력 향상으로 선순환을 이루는 중이다.

홍명보 감독은 황인범 활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알아서 경기를 풀어주는 선수에 가깝다. 고민거리는 체력안배와 부상 방지 정도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