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적 잡을 '화염방사기'…극우 법무장관에 공화당도 눈살 [뉴트럼프 파워엘리트⑤]
맷 게이츠 미 법무장관 지명자
" "완전 직격탄(Absolute gut punch)"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맷 게이츠(42)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법무장관에 지명하자 공화당 내에서 나온 반응이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일부도 눈살찌푸리고 두려워하는 트럼프의 인선안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게 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이날 NBC에 "트럼프는 소형 화염방사기(blowtorch)로 법무부를 강타할 것이며 게이츠가 그 화염방사기"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프리덤 코커스'(공화당 내 최강경 우익의원 모임)의 리더다. 그는 지난해 10월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미 역사상 최초로 이뤄진 연방 하원의장 해임이었다.
게이츠는 매카시 당시 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하루 앞두고 임시예산안을 다수의 민주당 의원 지지 속에 통과시킨 것에 책임을 묻겠다며 해임 결의안을 냈다. 표결에서 게이츠는 다른 의원 7명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 매카시를 낙마시켰다.
이때 게이츠의 배후엔 트럼프가 있었단 후문이다. 한때 트럼프의 남자였던 매카시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을 공개 비판해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에 트럼프가 해임으로 매카시를 손봐줬다는 평이 나왔다.
벌써 미 정치권에선 게이츠 지명과 맞물려 트럼프의 정적에 대한 '역(逆)수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13일 SNS에 게이츠의 지명 사실을 알린 뒤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를 종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사법 무기화는 트럼프가 메릭 갈런드 현 법무장관이 임명한 특별검사에 의해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기밀자료 유출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당한 것을 뜻한다. 그간 트럼프는 "조 바이든이 사법부를 무기화해 날 형사 기소했다"면서 재집권 시 '보복'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법무장관이 중립적인 법 집행자보다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에 가깝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WSJ은 트럼프 캠프는 재선을 대비해 특검 제도 폐지와 바이든 일가를 수사할 검사 임명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윤리위 조사 종결하려? 지명 직후 의원직 사퇴
현지 매체들은 각종 의혹에 연루된 게이츠가 법무장관에 적합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7세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마약을 복용하고, 선거자금을 유용하고, 규정 범위를 벗어나는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의회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에 대해 검찰은 2022년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 별개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게이츠는 성인과 합의한 성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원 윤리위는 2021년부터 성매매 외에도 그가 관계된 불법 약물 복용, 자금 유용 등 혐의를 조사했다. 지난해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의 해임을 주도한 건 게이츠가 윤리위 조사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란 설도 있었다.
백악관 참모를 지낸 캐시디 허친슨은 회고록에서 게이츠가 2020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게이츠가 동료 의원들에 잠자리를 같이한 여성들의 사진을 자랑했다는 폭로도 있었다고 CNN이 전했다. 2008년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게이츠는 13일 하원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하원 윤리위 조사를 종결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무장관이 되려면 게이츠는 상원의원 100명 중 50명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53석을 얻어 다수당이다. 민주당에서 게이츠를 지지할 가능성이 없어, 공화당에서 4명 이상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된다. 공화당 상원의원 입장에서는 인준에 찬성하면 여론의 비난을 받고, 반대하면 트럼프에게 찍히는 상황이다. 사법위원회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은 "게이츠가 (인준을 위한) 50표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공화당 의원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는 게이츠 같은 충성파를 임명하기 위해 '휴회 인준'도 불사할 방침이다. 휴회 인준은 의회 휴회 시 대통령이 의회 인준 절차 없이 공식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플로리다 근거지…"장벽 쌓겠다" 공언도
게이츠는 트럼프와 플로리다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치적 기반이자 고향인 플로리다 덕에 트럼프 2기 핵심인 '플로리다 패밀리'로 분류됐다. 게이츠는 플로리다 정계 거물인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됐다.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 때 론 디샌티스의 선거 자문위원을 했으나, 기본적으로 친트럼프 정치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이자 트럼프의 제자"라고 평했다. 그는 낙태·불법 이민 반대, 총기소지 자유 보장, 흑인 시위 비판 등에서 극우 성향을 드러내며 트럼프 충성파로 역할해왔다.
게이츠는 선거 기간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부상의 기술(The Art of the Surge)'을 보면 트럼프가 지난 8월 카멀라 해리스의 후보 수락 연설을 참모들과 지켜볼 때 게이츠도 함께 있었다. 당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스위트룸에 있던 참모는 수지 와일스 당시 공동 선대본부장, 댄 스커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 등 10명 남짓이었다.
게이츠는 플로리다 정계 거물인 부친(돈 게이츠)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됐다.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 때 론 디샌티스의 선거 자문위원을 했으나, 기본적으로 친트럼프 정치인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이자 트럼프의 제자"라고 했고 WP는 "모든 면에서 트럼프와 동맹을 맺었다"고 평했다. 게이츠는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간의 정상 회담을 계기로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리자고 주장한 적도 있다.
게이츠는 낙태·불법 이민 반대, 총기소지 자유 보장, 흑인 시위 비판 등에서 극우 성향을 드러냈다. 2016년 선거 캠페인 중엔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장벽을 쌓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패배 승복을 거부한 2020년 대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주장을 앞장서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등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
☞맷 게이츠(Matt Gaetz)
1982년 플로리다주(州) 할리우드에서 태어났다. 플로리다 주립대, 윌리엄 앤 메리 로스쿨을 졸업했고 2008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0~16년 플로리다 하원의원을 지낸 뒤 2017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 의원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의 리더격이다. 리벤지 포르노를 범죄화하는 플로리다 주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두 의원 중 하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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