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무죄 쟁점은…판례는 ‘사실’ ‘허위’ ‘고의’에 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15일 열린다. 대선 후보 본인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첫 사건이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공직선거법 250조 ‘허위사실공표’로 인정되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한다. ①사실인지 의견인지 ②사실이라면 허위사실인지 ③허위사실이라면, 허위인지 알고도 했는지 ④당선 목적 고의였는지 등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유죄 결론에 도달한다.
①사실인가 의견인가
이는 이 대표 재판에서도 쟁점이었다. 이 대표 측은 “‘개인적으로 김문기씨를 잘 모른다’는 생각을 말한 것” “지자체장으로서 국토부의 행위들을 실제 압박으로 느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반면 검찰은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모른다’고 주장하는 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 “성남시장 직권으로 결정한 걸 국토부 핑계로 돌리기 위해 한 발언”이라고 맞섰다.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판단할 때 주요하게 쓰이는 판례는 “의견·평가라 하더라도 진실에 반하는 사실에 기초하거나, 의견‧평가를 빙자해 간접적‧우회적으로 허위사실을 암시하는 경우에는 허위사실공표죄가 성립된다”는 2011년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징역 1년)의 대법원 판례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은 실제 인턴을 했고 확인서를 써줬다”고 발언한 최강욱 전 의원이 이같은 판례가 적용된 대표 사례다. 최 의원은 “갑작스런 질문에 인턴 활동 내용을 언급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과거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고, 발언의 목적‧의도 주장으로 이를 의견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현재는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반면에 사실과 일부 부합하지 않더라도 의견표명으로 판단해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남준 민주당 대표실 정무부실장은 4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상대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가짜 계양사람’이라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단 의혹을 받았지만, 법원은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단어가 아니고, 의견표명”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②사실이라면 ‘허위’사실인가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다툴 때 기준이 되는 최신 판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020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판결이다. 이 대표는 당시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공방에서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③의도성, 당선목적 여부도 쟁점
의도성 여부도 법원이 유무죄를 가릴 때 주요하게 보는 판단기준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연결고리를 희석하기 위해 일부러 공표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 대표는 “준비 안 된 질문에 대답하다 나온 발언”이라고 주장을 각각 펼치고 있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난 사례는 정헌율 익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정 시장은 2022년 방송 토론에서 “민간공원 개발사업 관련 수익률 제한이 있고 환수할 조항이 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를 받아냈다. 법원은 “즉흥적으로 답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내용이 있지만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허위 공보물을 배포한 의혹으로 기소된 박상돈 천안시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미필적 고의 정도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당선 목적 여부도 쟁점이다. 검찰은 “발언 당시 대선 지지율이 박빙이었고, 결과도 0.73%포인트 차이였다. 발언이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사실대로, 생각대로 말했을 뿐인데 편향적 기소로 악용된 사건”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고의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앞선 구성요건들이 충족되면 당선목적 요건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정도에 따라 양형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강욱 전 의원의 경우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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