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오리 대가리 쪽쪽…홍어 귀신도 놀란 홍콩 음식

손민호, 백종현 2024. 11.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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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백끼 - 길거리 음식

구룡반도 최대의 야시장이 서는 템플 스트리트. 홍콩 대표 길거리 음식을 내는 노점 32개가 골목을 따라 100m가량 줄지어 있다. 백종현 기자

‘삭힌 홍어’처럼 괴이한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이라지만 냄새 풍기는 홍어를 노점에서 대놓고 팔지는 않는다. 홍콩은 다르다. 거리마다, 시장마다 별의별 음식이 죄 나와 있다. 오리 머리 조림, 취두부 튀김, 돼지 귀 꼬치, 암뽕(암퇘지 자궁) 조림 등. 홍콩 거리를 거닐다 보면 그 지지고 볶고 굽는 냄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홍콩에서 꼭 맛봐야 할 4가지 길거리 음식을 소개한다.


거리의 소울푸드 - 카레위단


위단(魚蛋)은 경단처럼 동그란 어묵이다. 홍콩에서 하루 375만 개의 위단이 소비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홍콩인의 위단 사랑은 각별하다. 완탕면·볶음면 등 온갖 음식에 위단을 넣어 먹는다. 카레를 푼 육수에 어묵을 조린 카레위단(咖喱魚蛋)이 길거리에서도 인기 간식으로 팔린다. 위단은 예부터 광둥 지역의 간식이었단다. 카레는 영국 식민지였던 1950년대 영국인을 따라 인도인이 대거 홍콩에 상륙하며 유입됐다.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이 만나 홍콩 음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가격은 보통 꼬치 하나에 10홍콩달러(HKD·약 1800원). 매운맛, 짭짤한 맛, 달짝지근한 맛 등 가게마다 저만의 조리법이 있다. 오늘도 홍콩의 거리에서는 위단 실험이 벌어지는 중이다.

미션 임파서블? - 오리 머리


요즘 홍콩에서는 수레 형태의 노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1980~90년대 홍콩 정부가 이동식 노점을 강력하게 단속한 결과다. 구룡반도 최대의 야시장이 서는 템플 스트리트(廟街)에 예외적으로 지난해 ‘음식 노점 전용 구역’이 생겼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다. 서울 명동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홍콩의 대표 길거리 음식을 다 만날 수 있다. 취두부도 있고 돼지 내장 튀김도 있지만, 개중에서 가장 괴이한 길거리 음식은 ‘오리 머리 간장 조림’이다. 간장 양념에 재우고 조린 오리 머리를 줄줄이 걸어놨다가, 주문하면 한입 크기로 뚝뚝 잘라서 준다. ‘진진’의 왕육성 사부는 “야금야금 뜯어 먹는 재미가 있는데, 맥주나 고량주와 아주 궁합이 좋은 안주”라며 입맛을 다셨다.

더위 잡는 특효약 - 량차


홍콩은 덥다. 5~10월은 말 그대로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진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변변치 않던 시절, 홍콩 사람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비결은 ‘량차(涼茶)’라는 이름의 한방차였다. 직역하자면 시원한 차. 음료가 차가워서가 아니라 몸의 열을 내려준다는 의미다. 열댓 가지 약재를 넣어 달이는데, 슬러시 음료처럼 길거리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다. 홍콩 서민은 예부터 량차를 달고 살았단다. 만병통치약까지는 아니어도 서민이 믿을 만한 민간 치료제이자 값싼 보약이었다. “몸살이 나든, 여드름이 나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어머니가 독을 빼야 한다며 량차를 사주셨다”고 귀띔한 홍콩 사람도 있었다. 한 잔에 10~15HKD(약 1800~2700원).

훔치고 싶은 감칠맛 - 주청펀


주청펀(豬腸粉)이라는 길거리 간식도 있다. 이름처럼 돼지(豬)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흰 떡이 곧게 쭉 뻗은 모양이 돼지 소장을 닮았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갓 찐 청펀 가락을 가위로 툭툭 자른 다음 참깨소스와 칠리소스, 간장 등을 듬뿍 뿌려 먹는데, 생김새가 떡볶이와 똑 닮았다. 식감이 워낙 부드러워 씹을 것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구룡반도의 구도심 삼수이포(深水埗)에 주청펀 전문집 ‘합익타이(合益泰小食)’가 있다. 하루에 1000개가 넘는 주청펀을 만드는데, 아침에 제일 많이 나간다. 덕분에 이 동네 아침을 이 집이 책임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주청펀에 뿌리는 참깨소스의 감칠맛이 보통이 아니다. 한 국자 훔쳐오고 싶을 정도였다.

■ 홍콩백끼-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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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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