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삼성에겐 기회?…'탈중국'에서 갈린 삼성·애플

황수연 2024. 11.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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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애플과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 장벽에 되레 애플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찌감치 ‘탈중국’한 삼성전자도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외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애플 아이폰 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WP는 경제학자를 인용,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광범위한 신규 관세를 부과하면 1000달러(약 140만원) 아이폰에 300달러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삼성 휴대폰은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아이폰이 관세 효과로 인해 삼성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업계는 관세가 늘어나면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기기 교체 주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국이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때릴 때 애플은 가까스로 관세를 피했다. 2019년 9월 당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가 예고되자,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과의 경쟁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이후 중국과의 협상이 잘된 영향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애플은 관세를 면제 받았고 트럼프는 재임 기간 이런 사실에 대해 수차례 생색낸 바 있다. WP는 이 사실을 두고 ‘팀 쿡 효과’라면서 “트럼프의 관세는 일종의 협상 전략이기에 다음 정부에서도 스마트폰과 컴퓨터, 태블릿PC에 대한 관세는 다시 건너뛸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2019년 3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노동 정책 자문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탈중국'에서 갈린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관세는 애플처럼 공급망에 취약한 기업들에 직격탄일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은 쿠퍼티노(애플 본사 위치)가 아닌, ‘(중국)심천의 산물’이라 불릴 정도로 중국 제조 의존도가 높다. 애플은 아이폰부터 아이패드, 맥북까지 모든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 있는 대만 위탁 제조업체 폭스콘에서 생산한다. 아이폰의 경우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미중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애플에 우려가 따라붙는 이유다. 구글 자체 제조 스마트폰인 픽셀폰의 생산 거점도 중국에 치우쳐 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중국산 관세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사업 부진과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일찍이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2019년 중국서 운영하던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마저 폐쇄했고 베트남과 인도 등에서 생산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주요 제조업체 가운데 탈중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낸 우수 사례로 삼성을 조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해외 생산 기지를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베트남 등에 두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 물량의 대다수는 베트남 공장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애플에 고관세를 부과할지 의구심이 있긴 하지만 가장 큰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가격이 일부라도 오른다면 삼성전자에는 판매 확대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애플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대대적 할인하는 등 미국 외 시장에서 힘을 쓸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나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이 마냥 반사이익을 누린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의 탈중국 가속화할까


일각에선 트럼프 덕분에 아이폰의 인도 생산이 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중국산 고관세를 실제 이행할 경우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현재 연간 150억~160억 달러(약 21조~22조원) 수준에서 2년 내에 30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가량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도 “애플이 잠재적 관세 영향을 완화하고 공급망 중단을 피하기 위해 인도의 제조 역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 22일 아이폰 15 출시일에 중국 상하이의 애플스토어에 중국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도 제조의 중심을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기고는 있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속도가 더디다. 중국 기업에 위탁 제조하는 방식에 오랫동안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자체 제조 기술력을 가졌으니 해외에 기지를 세우면 되는데 애플은 위탁해서 제조하고 그 기반이 중국이었기 때문에 기지를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도의 애플 기기 생산 공장에선 부품 수율(양품 비율)이 낮고 최근 대규모 화재까지 잇따르는 등 과정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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