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머릿속에 양극화뿐" 예산 증액에 추경까지, 확장재정 굳히나
“윤석열 대통령의 머릿속엔 양극화 대책뿐이다.”
최근 윤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했던 한 대통령실 참모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4일 출국하기 직전까지 참모들과 순방 준비는 물론, 양극화 해소 대책 논의를 밤늦도록 이어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소구력 있는 세심한 양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2월 초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자영업자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년엔 부처별 양극화 대책 관련 업무보고가 예정돼있다. 그 뒤엔 교육·노동·소득 분야를 망라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 패키지를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국회의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 예산 규모를 키우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제안한 예산일지라도 현금 살포가 아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합리적 방안이라면 전향적으로 증액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분류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전국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된다면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올해 대비 5000억 늘어난 5조 5000억원”이라며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추가 증액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코로나 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59조 원대의 추경을 편성한 이후 건전 재정 기조 속에 추경을 최소화해왔다. 하지만 임기 후반기엔 확장 재정 기조 굳히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예산과 재정 대책 외에도 대규모 방산·원전 수출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성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여권 일각에선 "긴축 재정으로 민심을 잃은 것이 지지율 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제 침체와 양극화로 분노한 미국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압승을 이끌었다는 윤 대통령의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양극화를 경험하면서 불만이 생겼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압승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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