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옛것 아닌 ‘현재의 팝’”… 새 생명 불어넣는 이날치

정진영 2024. 11. 15. 03: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든 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게 순리지만, 어느 순간 말도 안 되게 사라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라져가는 것의 가치가 다시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 12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만난 밴드 이날치의 베이시스트 장영규는 오래돼 사라져가는 것들에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오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이스 장영규, 90년대부터 새로운 시도
정규 2집은 판소리 5마당 벗어나 작업
‘정년이’ 음악감독…“소리 철저히 준비”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없어지는 것들의 가치가 다시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크 제공


“모든 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게 순리지만, 어느 순간 말도 안 되게 사라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라져가는 것의 가치가 다시 반짝이는 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 12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만난 밴드 이날치의 베이시스트 장영규는 오래돼 사라져가는 것들에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오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음악을 시작한 장영규는 2000년대 들어서부턴 국악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불교음악에 국악을 접목해 재해석한 프로젝트 그룹 ‘비빙’, 민요와 모던 락을 결합한 밴드 ‘씽씽’, 그리고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이날치’까지.

그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치는 지난 5일 정규 2집에 실릴 선공개곡 ‘봐봐요 봐봐요’와 ‘발밑을 조심해’를 담은 싱글 ‘낮은 신과 잡종들’을 발매했다. 2020년 발매한 정규 1집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를 비롯한 수록곡이 모두 판소리 ‘수궁가’에 기반해 제작된 것과 달리 2집은 음악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부터 새롭게 창작하고, 그 바탕 위에서 노랫말과 가락을 뽑아냈다. 2집은 주인공 더미와 자루가 정복 전쟁을 개시한 왕과 장군에게서 빼앗긴 잡종들의 이름을 되찾는 모험을 담아갈 예정이다.

장영규는 “이날치가 갈 방향이 판소리 5마당(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적벽가)을 하나씩 해나가는 건 아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선택이고, 다음 앨범이 예상되지 않나”라며 “이날치의 확고한 정체성을 만들려면 이야기부터 직접 만들어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써주실 작가님과 함께 작년 가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없어져 가는 것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에 있어 국악이 그의 중심에 오게 된 건 우연한 일이었다. 작업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알게 된 국악은 그것이 가진 매력 대비 ‘옛것’이란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장영규는 “국악이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 그 부분을 살려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무엇보다도 소리하는 친구들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임에도 옛날 사람처럼 본다. 그래서 그들과 판소리가 아닌, 소리꾼다운 ‘현재의 팝’을 만드는 거다. 이날치의 음악은 국악이 아닌 대중음악”이라고 강조했다.

국악의 부흥을 꾀하며 음악 활동을 해온 건 아니라지만, ‘가장 현대적인 판소리’를 생각했을 때 먼저 떠오르는 건 결국 이날치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음악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해온 그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정년이’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배우 김태리와 정지인 감독이 캐스팅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이 작품에 합류했다. 장 감독은 각 배우에게 맞는 소리 선생님을 찾아 매칭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정년이’의 작업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특히 그는 판소리가 지루하다는 인식 탓에 ‘정년이’를 시청자들이 끝까지 볼까, 걱정이 컸다. 장영규는 “소리 장면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들이 혼자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게 소리를 하는 상태가 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