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기후, 교회 중심 과제… 삶의 방식 묻는 진리의 사건”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성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묻는 ‘진리의 사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세화교회에서 목회하는 장준식 목사(51)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신앙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펴낸 저서 ‘기후교회로 가는 길’(바람이불어오는곳)에서 그는 교회가 인간 중심을 넘어 생명 공동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교회가 기후 문제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성찰과 제안을 만나게 된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공유 서재 호모북커스(대표 김성수 목사)에서 장 목사를 만나 책에 담긴 신학적 고민과 교회 역할을 들어봤다.
장 목사는 왜 ‘기후’를 교회의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할까. 그는 교회가 인간만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생명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교회로 가는 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어닥친 2020년 무렵 세화교회에서 진행한 ‘기후 변화 프로젝트’ 스터디 모임의 연구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기후 변화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장 목사는 이 책에서 기후 문제를 통해 기독교 신학의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돌아보고 이를 신앙적 차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문제는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며 “기독교 신학 역시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비인간 존재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신학으로 재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학적 반성과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변화 감수성’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 용어는 장 목사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교인들에게 이 감수성을 심어주기 위해 스터디 모임에서 읽을 첫 책으로 호주의 윤리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를 선택했다. 인류세란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극단적 영향을 미쳐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 시대를 의미한다. 해밀턴의 책은 우리가 이 ‘인류세’라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구의 미래에 중대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기후변화 감수성이 싹트자 교인들 안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고 한다. 장 목사는 “일상의 문제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불편함이 자연스레 실천의 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수성을 확산하기 위해 그는 반려동물이나 식물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인간 이외의 피조물과 함께하는 예배는 단순히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목사가 만든 또 다른 신조어로는 ‘인간 천동설’이 있다. 인간 중심 사고가 기후 위기의 본질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인간 천동설은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사고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는 기독교 안에서도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으로 이어졌죠.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존재라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이 개념은 ‘기후교회로 가는 길’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신앙 공동체가 기후 문제 앞에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맞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한국을 찾은 장 목사는 벌떼교회(장윤식 목사) 목원대 청어람 과신대 등에서 10차례의 북토크와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 좋았다거나 소그룹 모임에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긍정적 피드백이 많았다”며 “책을 통해 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했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공부한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고 담론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교인들도 적지 않은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후 문제는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라며 “저 같은 작은 존재라도 그 담론을 외치고자 하는 이유는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언젠가는 큰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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