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파’ 수지 와일스 전면 배치… 밀러·엡슈타인·스카비노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16년 대선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뒤 기존 공화당 주류 세력과 협력하며 1기 임기를 시작했다. 백악관 비서실장(라인스 프리버스)과 국무장관(렉스 틸러슨), 국방장관(제임스 매티스) 등 요직에 트럼프에게 ‘노’를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배치됐다.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취임 초부터 트럼프는 이들과 파열음을 냈고 대부분 좋지 않은 모습으로 트럼프와 결별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집권 1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2기 내각을 철저히 충성파로 채우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인사로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서실장이 되는 와일스는 주로 플로리다주에서 정치 전략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무명의 사업가였던 릭 스콧을 2010년 플로리다 주지사로 당선시켰다. 이어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캠프의 플로리다주 캠페인 책임자를 맡았다. 트럼프는 당시 경합주로 평가받던 플로리다에서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제쳤다. 와일스는 2018년에는 트럼프의 지시를 받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당선에 공헌했다. 하지만 2020년 트럼프의 재선 도전 때는 캠프에서 밀려났다가 돌아오는 등 부침을 겪었다.
와일스는 재선에 실패하고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를 떠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2021년 퇴임 후 자신의 정치 활동을 총괄할 책임자로 와일스를 임명했다. 와일스는 직책을 수락하면서 여비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전적 이익을 탐하지 않고 충성심으로 트럼프의 곁을 지킨 것이다. 2022년 CNN은 “트럼프는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중에도 종종 와일스와 대화를 나눴다. 이것만으로 그의 가치는 증명됐다”고 전했다.
와일스는 트럼프 캠프 관계자 중 거의 유일하게 쫓겨나거나 강등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감정과 충동이 지배하는 트럼프를 일정 부분 통제하며 캠프를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폴리티코는 “와일스는 고장난 트럼프의 정치적 세계를 조직적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와일스는 적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어 민주당에서도 호평이 나온다. 재러드 모스코위츠 민주당 하원의원은 “와일스는 똑똑하고 강인하며 전략적인 사람”이라며 “국가를 위해 잘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책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숨은 실세로 주목받고 있다. 밀러는 트럼프 1기 때 특정 이슬람국가 출신자 입국 금지와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졌다. 밀러도 와일스처럼 퇴임한 트럼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메시지와 정책에 대해 조언했고,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트럼프를 옹호했다. 밀러는 이번에도 국경·이민 관련 강경 정책의 선봉에 설 전망이다.
보리스 엡슈타인도 막후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6년 트럼프 캠프에서 수석 고문을 맡았던 엡슈타인은 1기 행정부 때는 2017년 초 특별보좌관직에서 물러난 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시도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트럼프의 신뢰를 얻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에도 트럼프의 법률 고문 역할을 맡아 각종 소송 대응법을 조언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2022년 워싱턴포스트는 “엡슈타인보다 트럼프와 많이 통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으면 하루 5번 이상 통화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가 법정에 출두할 때 동행하기도 했다.
밀러와 함께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댄 스카비노도 트럼프를 오랫동안 보좌해온 측근 중 하나다. 그는 16세 때인 1992년 트럼프의 골프 캐디로 발탁됐다. 이후 트럼프와 함께 전 세계 골프장을 다녔고, 트럼프를 전국적인 유명 인사로 만든 예능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카비노는 2016년 트럼프 캠프의 소셜미디어 책임자로 발탁됐고, 트럼프가 집권하자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을 맡아 4년 임기를 함께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자신을 이용하려 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는데 스카비노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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