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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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인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 간 타협으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미국 남북전쟁은 영토를 둘러싼 내전이었지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가슴속에는 단순한 승리의 열망이 아니라 더 큰 정의와 형제애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외부가 아닌 마음의 전쟁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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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인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강대국 간 타협으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자칫 침략국에 영토를 빼앗긴 채 피눈물만 흘릴 지경이다. 한스 모겐소의 말대로 국제정치는 철저히 힘의 논리다. 비정하기 이를 데 없다. 약소국의 눈물만 남는다. 예수께서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 5:5)는 작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하지만 역사 속 침략자들을 보라. 알렉산드로스 대왕, 칭기즈칸, 나폴레옹. 이들은 한때 눈에 보이는 땅을 소유했지만 그들의 후예는 그 땅을 영속하지 못했다. 약탈자의 승리는 허무와 잔해만 남기며 사라졌다. 그들 눈에 보이는 땅은 ‘헛되어 바람을 잡는 것’과 같았다(전 6:9). 그러나 주님은 눈에 보이는 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기업으로 삼으셨다. 그의 온유는 단순한 철학적 덕목을 넘어 사람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끄는 강력한 평화의 원천이 된다. 그건 폭풍 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하는 힘이자 생명을 불어넣는 따뜻한 바람이다. 온화한 산들바람은 생명을 살리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새들에게 노래할 둥지를 제공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그의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에서 미시시피의 흑인들이 자유와 평등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비폭력 저항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미국 남북전쟁은 영토를 둘러싼 내전이었지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가슴속에는 단순한 승리의 열망이 아니라 더 큰 정의와 형제애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단원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남부 조지아 농장 타라의 붉은 흙을 움켜쥐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외친다. 그러나 내일의 태양은 개인의 강인한 재건 의지만으로는 떠오르지 않는다. 진정한 햇살은 킹 목사의 꿈처럼 겸손한 형제애 속에서만 반짝일 수 있으리라.
오늘날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영토와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외부가 아닌 마음의 전쟁에서 비롯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의 힘이 천하를 이긴다”고 갈파했듯 강한 무력보다 더 위대한 것은 부드러운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K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문화가 전하는 온유한 메시지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듯함 때문이다.
기억하자. 온유는 교회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이자 최선의 무기이기도 하다. 성경은 주님께서 가르치신 온유만이 모든 욕망과 분노를 제어하는 힘이며,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참된 평화를 선물한다고 알려준다.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시 37:11). 그 땅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영원히 그들에게 속한다.
워싱턴DC 링컨 동상 앞 킹 목사의 연설 말미에 등장했던 흑인 영가는 온유한 영혼의 부르짖음 그 자체였다. “드디어 자유, 드디어 자유, 전능하신 하나님, 우리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나이다!” 그날의 꿈은 시인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도 고스란히 박혀 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아! 한국교회가 하나님 편에 서서 순교자 손양원 목사처럼 ‘사랑의 원자탄’이 되는 날,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빚어내는 주역이 되고도 남으리!
송용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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