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귀환 이후 국제정치와 세계경제 풍향계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이 이번 미국 선거에서 주요 격전지와 의회를 모두 휩쓸었다. 그러나 트럼프만 바라보다 앞으로 있을 변화의 구조적 원인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인은 변화에 표를 던진 것이지 ‘트럼프주의’에 표를 던진 것이 아니다.
출구 조사에서 75%의 유권자는 양당 후보자 모두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화당 유권자의 3분의 1만이 트럼프의 ‘MAGA’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3분의 2 이상 유권자는 미국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본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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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파·파격적 인사 등용 예상
대중국 관세 60% 후폭풍 주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대비해야
」
장기적 관점에서 트럼프는 미국 정치를 재편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수십 년 어떤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비교해도 트럼프는 흑인·히스패닉·청년·여성·노동조합 유권자층에서 민주당을 앞섰다. 소도시·서민과 동떨어진 민주당에 울리는 경종이다.
민주당이 할리우드나 맨해튼 같은 소수 엘리트층이 환호하는 사회정의 이슈보다 실질적으로 유권자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에 집중한다면 다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집권 이후 치르는 첫 중간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은 의례 패해 왔고, 만약 트럼프가 낙태나 이민 문제에서 과도한 정책을 편다면 2026년 의회 선거에서 2018년의 참패를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해리스만큼 진보적이지도 트럼프처럼 보수적이지도 않다.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연예인 기질을 가진 트럼프를 볼 때 앞으로 관건은 트럼프 내각 구성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신임이 두터운 수지 와일스를 임명했다. 국무부와 재무부 장관에는 ‘트럼프 충성파’ 임명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권 인물보다 파격적인 인사들이 검토될 수도 있다.
아시아 관련 국방 정책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아시아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인사들은 막후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담당자들과 가까웠다.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민과 의회의 지지는 강력하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크다. 의회의 대다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겠지만, 많은 트럼프 참모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벗어나 중국의 위협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일본·호주·대만은 미국이 나토를 버리면 아시아에서 억지력이 약화할 것임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강하게 호소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리스크는 주한 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다. 김정은과의 또 다른 대타협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번처럼 협상 테이블에 주한 미군을 올릴 수도 있다. 직접 중국 억제에 관여하지 않는 미군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주한 미군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고, 그 어떤 싱크탱크도 주한 미군 철수를 트럼프에게 제안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미군 철수를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해왔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재차 불거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미국 의회와 지속해 긴밀하게 교류하고 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 60%, 그 외 국가들에 대한 관세 20% 를 공약했다. 다만 유권자가 인플레 때문에 민주당에 벌을 줬는데, 인플레를 악화시킬 새로운 관세를 트럼프가 과연 도입할지 의문이다. 관세를 대폭 올릴 경우에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미국 대두 수출업자 등 트럼프의 중요한 지지층에 보복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뉴욕 증시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뜨거운 활황세를 보인다. 시장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미국은 변화를 약속하는 대담한 후보를 선호한다. 동시에 그런 변화를 가로막는 견제와 균형도 중시한다. 트럼프가 무모한 아이디어를 내고, 독재자 같은 언사를 보여도 독재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의회에서 공화당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동맹국은 때론 소모적이고 때론 위협적인 순간이 오겠지만, 미국인 3분의 2가 말했듯이 미국 최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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