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의 퍼스펙티브] 트럼프, 중국에 관세 폭탄 던지면 한국 ‘무역 전쟁’ 직격탄
트럼프 2기 안보·경제 정책 전망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의 최대 이유는 경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과도한 정부 재정을 지출했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를 가까스로 안정시켰으나, 여전히 미국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둘째 이유는 해리스 후보의 자질 부족이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대신 출사표를 던진 해리스 후보의 허니문 지지율은 9월 말부터 잦아들었다. 해리스는 뚜렷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셋째, 기존 민주당 지지자 중에 불법 이민자들의 희생양이라 생각하는 흑인과 히스패닉 남자 등 적잖은 유권자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경제·이민·낙태·외교정책 등 주요 이슈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우세했다.
밴스·그리넬·콜비 등 큰 역할 예상
그렇다면 앞으로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 진영은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유럽외교협회(ECFR)는 현재 공화당의 주요 외교·안보 인사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즉, 미국 우위론자(primacists), 중국 견제 우선론자(prioritizers), 그리고 대외 개입 자제론자(restrainers)다. 우위론자들은 여전히 미국이 역할 하는 글로벌 대외정책 추진을 주장한다. 중국 견제 우선론자는 외교정책을 중국 억제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제론자들은 미국 이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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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부·상하원·사법부까지 장악
개입 자제론과 미국우선론 득세
트럼프, 김정은 만날 가능성도
북핵 용인하는 협상 경계해야
10~20% 보편 관세 부과할 전망
대미 무역 흑자 도마에 오를 듯
원전 확대, 한국 기업들엔 희소식
한·미 FTA 재협상 대비해야
」
미국 우위론자에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이크 폼페오 전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이 있다. 중국 견제 우선론자에는 부통령 예정자인 J.D 밴스,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 등이 있다. 대외 개입 자제론자에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리처드 그리넬 전 국가정보국장 대행 등이 있다.
세 부류 중에 주로 대외 개입 자제론자나 중국 견제 우선론자가 중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무장관 후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등은 강한 반중 성향 인사들이다. 이외에 리처드 그리넬과 엘브리지 콜비, 키스 켈로그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안보센터장, 프레드 플레이츠 전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 등도 입각이 예상된다.
관세 중심 정책에 보조금 축소 예상
트럼프 2기의 대외 정책을 예상해보자.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는 더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인사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 상·하원과 사법부까지 장악한 트럼프 2기 대외 정책의 추진 속도와 정도는 1기보다 더 빠르고 강경할 것이다.
먼저 통상 정책을 보자. 첫째, 관세 중심 정책이 예상된다. 보편적 관세 10~20%를 통해 경쟁국들의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고, 미국 기업과 미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공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부과가 이행되면 한국의 총 수출 감소액은 약 448억 달러(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은 0.29~0.6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다. 트럼프는 인플레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에 제공하던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두 법안이 상·하원에서 수정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공장들이 공화당 주지사 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셋째, 에너지 정책의 변화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사용 및 원전 확대를 공언했다. 이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타격이 될 것이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에너지 설계·조달 및 시공업체에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원전업계에도 희소식이다.
마지막으로 FTA 재협상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재협상을 공언했다. 한·미 FTA도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미국산 농수산물의 수입 확대를 압박할 것이다.
북·러 밀착 반드시 종식돼야
대중국 정책은 어떠할까.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초고율 관세 부과로 브로드 디커플링을 추진할 것이다. 트럼프 1기의 미·중 무역협상 시도 때보다 더 강경하다. 미·중 이익 갈등과 체제 경쟁이 혼합될 것이다. 중국의 보복관세를 불러일으켜 미·중 관세전쟁이 터질 것이다. 한국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중 안보 정책은 다소 애매하다. 트럼프는 대만 위기 사태에 대해 대중 관세 200% 언급을 했다. 해외 무력 분쟁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꺼린다. 군사 안보 정책에 있어 대외 개입 자제론자들의 득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이미 종전안을 마련했으며, 정책 우선순위에 올라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회복 없는 종전에 반대하고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아닌 미미한 안전보장 제공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중요한 것은 북·러 관계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러시아는 유럽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북·러 관계를 지속해서 강화할 텐데 이는 한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 종전과 함께 북·러 관계가 종식돼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측에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
대북 정책을 보자.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을 관리할 목적에서 임기 초반에 김정은을 다시 만나려 할 것이다. 몇 가지 우려되는 엉성한 협상 시나리오를 점쳐 볼 수 있다. 즉, 김정은이 원하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안, 비핵화 정책은 유지하되 핵 동결 단계에서 제재 완화로 북한을 실질적 핵 보유국으로 용인하는 방안, 동결단계에서 과거 비핵화 정책(CVID)과는 달리 신고·사찰·검증 단계를 생략하는 방안 등이다. 하나같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허술한 북·미 협상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한국의 자체 핵 무장 여론을 촉발할 수 있다. 트럼프 측 몇몇 인사들이 한국의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국이 지원해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함께 국제 사회의 제재가 예상된다. 다른 옵션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다. 미국 국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 핵우산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일본의 정책 엘리트층은 대만 사태 발생 시 중국의 핵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원한다. 반핵 여론으로 인해 공개적 언급을 꺼릴 뿐이다.
마지막 옵션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토마호크 핵 순항 미사일 전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1기 트럼프는 비전략 핵무기 체계로 B-61 중력 폭탄, 트라이던트-II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토마호크 핵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토마호크 미사일 개발을 취소했으나, 미국 의회는 이를 복원했다. 한반도 연안을 항해하는 트라이던트-II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에 더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잠수함 전개를 예상해볼 수 있다.
뛰어난 한국 선박 MRO 활용해야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 전에 트럼프 당선인을 최대한 조기에 만나야 한다. 강한 지도자 성향을 가진 두 대통령은 상호 유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거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에 선박 MRO(유지·보수·운영) 협력을 요청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태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미국 군함은 정기적 유지·보수를 위해 미국 본토로 회항해야 하는데 여기에 큰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조선 기술이 뛰어난 한국과의 MRO 협력이 절실하다. MRO는 트럼프에 대한 한국의 중요한 레버리지다. 지역 차원에서 미국의 인·태 전략에 기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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