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출근하고 퇴근하다 30년이 지나갔다
얼마 전 판사 출신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다 나도 모르게 “저도요. 저도요”를 연발했다. 그는 자신의 한창때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던 거 같아요. 정신을 차려보니 젊은 시절이 지나갔더군요.” 나 역시 기자가 된 뒤의 삶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현장에서 취재했던 사건과 사고, 이슈들만 떠오를 뿐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사진)의 설정은 시간 여행이다. 주인공 팀이 막 성인이 됐을 때 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비밀을 듣는다. “우리 가문 남자들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단다.” 팀은 그 능력으로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어도 연애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다 결혼에 골인한 뒤 아버지는 ‘행복의 공식’을 얘기해준다. “두 단계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라. 두번째는 하루를 거의 똑같이 다시 살되,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면서 살아라.”
팀은 아버지의 말을 따르면서 완벽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않았던 샌드위치 가게 점원과 눈인사를 하고, 일에 쫓겨 건물 안을 달리다가 멋진 건축양식을 돌아보며 감탄한다. 첫번째엔 짜증 나던 하루가 두번째엔 ‘좋은 하루’가 된다. 못 보고 지나쳤던 삶의 진면목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웃기는 사실은…출근하고 퇴근하다 보니 30년이 지났더라고.” 십수 년 전 선배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그땐 몰랐다. 나도 ‘출근하고 퇴근하다’ 그 모양이 될 줄은. ‘정신없이 바쁘다’는 것은 핑계였다. 똑같은 일에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순간순간의 달고, 시고, 쓴맛들을 맛볼 수 있었다. 지금 ‘한창때’인 분들은 부디 하루하루, 1분 1초의 가치를 만끽하며 살아가시기를 바란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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