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잡음 계속…여당 ‘이기흥 방지법’ 냈다
부정 채용과 횡령 의혹을 받는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연임 승인을 받아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이를 원천 차단하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대한체육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일명 ‘이기흥 방지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한체육회 자체 기구인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가진 체육회 임원 연임 심의 권한을 제3의 외부 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에 맡기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체육회 회장과 경기단체 임원은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추가 연임은 스포츠윤리센터 심의를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스포츠공정위의 체육회 임원 연임 심의 권한을 박탈하기 위한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 점검에서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 비위가 드러난 이 회장에 대해 지난 11일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는 문체부의 반대에도 지난 12일 이 회장의 3연임 도전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정 의원은 “체육회가 비위 혐의로 직무 정지된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을 승인하는 등 자정 기능을 잃었다”며 “체육회 불공정 카르텔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제3의 외부 기관을 통해 불공정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기흥 체육회장은 지난 13일 밤 스위스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3선에 도전할지 결정을 유보하겠다. 조만간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을 바라보는 체육계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다. 체육회 노조는 스포츠공정위 결정이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체육인은 물론, 국민의 눈높이와도 한참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기흥 회장의 살길을 찾아주려다 공정위 스스로가 불공정위원회로 전락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체육회 노조는 이어 “이기흥 회장의 부정부패는 지금껏 나온 내용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면 더 많고 심각한 비위가 추가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을 의식한 이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당장은 판단을 유보한 상태”라면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방을 두루 돌며 체육인들과 역대 체육회장님을 만나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에겐 향후 진행할 자신의 비위 혐의 수사가 아킬레스건”이라면서 “차기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12월 24~25일)까지 수사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저울질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제까지 차기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75)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78) 등 6명이다. 모두가 ‘이기흥 시대 종식’ 깃발을 내걸었지만, 조직력 면에서 지난 8년간 ‘체육 대통령’으로 군림한 이 회장에 뒤진다는 평가다. 후보들 간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표가 분산돼 이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종목 단체장은 “싸늘한 여론과 달리 체육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경기단체연합회와 시도체육회장협의회가 이 회장에게 변함없이 우호적이라는 게 문제”면서 “이른바 ‘야권’으로 분류되는 경쟁자 중 굵직한 후보들 간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이 회장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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