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민주 당론 채택…재계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회사의 경영을 위축시키고 행동주의 펀드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영권 공격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며 “현장에서 시급한 법부터 속도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총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과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담겼다. 거대 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단독으로 상법 개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개 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확대로 기업 성장을 저해할 거라는 설명이다. 이어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심화시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경협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도입’ 시 영향을 분석해 보니 30대 상장기업 중 8곳 이사회가 외국기관 투자자연합에 넘어갈 거란 결과가 나왔다고도 주장했다. 한경협은 “과거 SK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 사태처럼, 제2 소버린 사태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전되는 가운데 반도체특별법 등 정작 산업계가 기다리는 법안들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연구개발(R&D) 분야에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를 적용하고 직접 보조금 지급 등 지원 방안을 담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예외 적용’과 보조금 직접 지급 등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법안과 다음 달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및 R&D 투자세액 공제 3년 연장 법안에 대한 논의도 더딘 상황이다. 경제단체들은 “(우리 경제는) 신성장 동력의 부재와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위축 등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금은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이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해리·유성운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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