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관심 폭발 ‘김도영 쇼케이스’…한국, 쿠바 꺾고 1승 1패
올 시즌 프로야구 MVP를 사실상 예약한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국제대회에서도 펄펄 날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야구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만루홈런으로 국제경쟁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한국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쿠바와의 2차전에서 2회말 그랜드슬램을 포함해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두른 김도영을 앞세워 8-4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성적을 1승 1패로 만들고 본선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6개국이 속한 B조에서 최소 2위를 기록하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대만과의 1차전 3-6 패배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린 한국은 15일 오후 7시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숙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일본프로야구(NPB) 현역 선수들이 대거 속한 일본이 전력에선 앞서지만, 한국도 예선 1·2차전을 통해 살아난 타선을 내세운다면 충분히 이변을 노려볼 수 있다.
쿠바전 승리의 주역은 올해 KBO리그에서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이었다. 3번 3루수로 나온 김도영은 2-0으로 앞선 2회 상대 선발투수 리반 모이넬로로부터 만루홈런을 빼앗았다. 바깥쪽 높게 제구된 시속 150㎞짜리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형 아치였다. 또, 7회에도 좌월 솔로포를 추가해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존재감은 타석에서만 빛나지 않았다. 김도영은 5회 우전안타를 때려낸 뒤 쿠바 우익수 야디어 드레이크가 공을 느슨하게 처리하는 틈을 타 2루까지 내달렸다. 특유의 집중력으로 단타를 2루타로 만들어내는 장면이었다. 또,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까다로운 직선타를 처리하면서 공수주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쿠바전이 열린 톈무구장에는 10명이 넘는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들이 집결했다. 올 시즌 NPB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를 기록한 모이넬로와 쿠바의 강타자 요안 몬카다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정작 스카우트들의 시선은 모이넬로를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김도영에게 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는 “김도영은 고교(광주동성고)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구단이 탐냈던 재목이다. 지금처럼만 빠르게 성장한다면 머지않아 빅리그 계약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도영을 향한 관심은 미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도영은 “요즘 일본 야구팬들로부터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다. 내 플레이를 꼭 보고 싶다면서 프리미어12 예선을 통과해 본선이 열리는 일본으로 와달라는 내용이 많다. 이제 겨우 주전이 된 나로선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고 웃었다.
대만전에서 2회에만 홈런 2방을 내주며 끌려갔던 한국은 쿠바를 맞아서는 정반대 경기를 펼쳤다. 2회 2사 후 문보경의 좌중간 2루타와 박성한의 좌전안타로 만든 1, 3루 찬스에서 최원준이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때려내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홍창기의 볼넷으로 연결된 2사 만루에서 신민재가 몸 맞는 볼로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고, 김도영의 벼락같은 그랜드슬램으로 6-0까지 달아났다.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한 한국의 마운드는 선발투수 곽빈이 든든하게 지켰다.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4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소형준과 곽도규, 이영하가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 승기를 굳혔다.
다만 경기 마무리가 좋지 못한 점은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8-1로 앞선 8회 신인 셋업맨 김택연을 투입했다. 그러나 김택연은 우월 2점홈런과 좌월 솔로포를 연달아 내줘 곧장 강판됐다. 마무리 박영현 앞에서 중책을 맡아야 할 김택연이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흔들리면서 류중일 감독의 필승조 고민이 깊어졌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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