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관가發 ‘신호탄’ [정년 연장 성공 조건]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11.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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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 여파…기업은 부담

정부가 ‘정년 연장’ 첫걸음을 뗐다.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행안부는 지난 10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개정 시행했다. 정년 연장 대상 공무직은 행안부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무기계약 근로자다. 전국 정부 청사에서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등 2300여명이다. 인사·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정년 연장을 일종의 신호탄으로 여긴다. 시작은 공무직에 한정되지만, 결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년 연장은 초고령화와 초저출생 문제의 현실적 해법 중 하나로 오랜 시간 거론돼왔다. 다만 최대한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내년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0.72명에 그치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경제활동에 참여할 청년은 줄고, 사회적 비용을 많이 쓰는 노인은 급증한다.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런 이유로 정년 연장 논의는 일찌감치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언급됐고 2010년대 본격화했다. 고령화, 저출생 문제가 현실화하며 노동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연금 재정난 이슈가 떠오른 시점이었다. 정부는 2013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못 박았다. 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는 실제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2020년대 들어서 다시 한번 저출생, 고령화라는 ‘정해진 미래’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이 정년을 폐지하는 논의를 하자,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노동력 공급·재정 안정 효과

청년 취업 감소는 어찌하나

정년 연장은 노동력 공급과 연금 재정 안정화에 기여한다. 또한 60대 이후 세대의 삶의 질과 사회적 안전성을 높인다. 현재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다. 60세 정년으로 계산하면 은퇴 뒤 약 23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야 한다. 임대소득 등이 없다면 60세까지 모은 돈으로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낀 세대’로 불리는 5060 중장년층 정년 이슈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려놨다. 이들 세대는 80대 이상 부모와 2030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터라 자기 노후 준비에 미흡하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에서 50세 이상 ‘중고령자’ 5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평균 268만원, 개인 기준 평균 165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노령연금) 실제 수령액은 월평균 62만원에 그친다. 적정 노후 생활비와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부족하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돈을 국가가 지원하거나, 노인들이 적정 수준 이하 삶을 연명해야 한다.

노인이 일을 이어가면 저출생에 따른 청년층 사회 부양 부담이 줄어든다. 효율성 차원에서도 정년 연장은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은 경험과 기술로 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장 마주칠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먼저 청년층 고용 기회 축소가 우려된다. 고령층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기업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청년층 일자리 감소와 직결한다. 기업에서는 인건비가 부담이다. 고임금 고령 노동자를 계속 사용하면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기업 부담이 연간 1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청년 채용을 줄인다. 2016년에 60세 정년을 의무화했을 때 이미 그런 부작용을 겪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34세 이하 청년 고용이 16.6% 줄었다. 55~60세 장년층 고용 역시 감소했다. 기업이 정년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자 장년 고용까지 줄여버린 것이다.

경영계 “정년 연장 법제화 부담”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어떨까

이뿐 아니다.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 체력, 기술적 한계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신규 인력 조달이 줄어들며 조직 혁신성 정체가 우려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용 불평등 문제도 염려 대상이다. 정년

없이 고용되는 비정규직이나 파견 근로자 등은 상대적으로 정년 연장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갈등 요소가 심화되는 셈이다. 정년 연장은 기존 직장 내에서만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정년 연장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고령 노동자들이 은퇴를 미리 준비할 기회가 필요하다.

정부, 기업, 노동 사회는 정년 연장이 불러올 파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왔다. 정년 연장과 함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이나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식이다. 임금피크제 적용이나 직무 재설계·재교육을 통한 노동 시장 적응성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행안부를 시작으로 정년 연장은 공직 사회 전체로 확산할 듯 보인다. 공무원 사회를 넘어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게 분명하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 형태로 정년 연장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동국제강, 포스코, LG화학 등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정년퇴직 이후 다시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중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60세 이후 65세까지 계속근로 방식을 정년 연장 외에도 ‘계속고용’ ‘재고용’ 등의 형태도 가능하게 해 기업에 유연한 방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급 임금 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행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소가 지나치게 높아 기존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킬 정도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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