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어쩌다 ‘지친 거인’이 됐나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11.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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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6위 롯데그룹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악화한 현금 창출력 탓에 차입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을 비롯 핵심 계열사 신용등급은 줄강등 위기다. 공정자산 기준 국내 5대 그룹에 빠지지 않던 롯데그룹이지만, 최근 수년간 누적된 부진으로 현재 6위로 주저앉았다. 5위권과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쇄신을 위한 사업 재편은 지난 8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뒤 연말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속도감 있는 사업 재편·구조조정이 절실한 때라는 평가를 내놓지만, 묘책을 찾아 실행까지 험로를 거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던진다. ‘지친 거인’ 롯데그룹 위기론을 진단한다.

그래픽 : 정윤정
주력 유통·화학 동시 부진

곳간 비고 눈덩이 이자 부담

롯데그룹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룹 주력 사업 유통·화학이 동시 부진을 겪는다. 현금 창출력이 위축된 가운데 신사업 투자를 위해 빌린 차입금 부담으로 재무건전성은 악화 일로를 걷는다.

무엇보다 그룹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 부진이 뼈아프다. 한때 롯데케미칼은 연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효자 회사였다. 2020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이 석유화학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자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변질됐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까지 덮쳐 원재료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설상가상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수요마저 위축됐다. 석유화학업계 수익성 지표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시장 변화 적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점이 패착으로 지목된다. 롯데케미칼은 경쟁사 대비 기초석유화학 비중이 더 높다. 지난해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 우려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기(失期)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영업 적자를 냈고 2023년 3477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시장에서 전망하는 2024년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규모는 4730억원에 달한다.

현금 곳간은 비어가지만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롯데건설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급속도로 늘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순차입금은 6조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부채 증가는 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연간 이자비용으로 3788억원을 냈고 올 상반기에만 2094억원을 썼다. 단기간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보유 자산 줄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게 롯데케미칼 안팎 분위기다.

그룹 또 다른 축 유통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백화점 사업이 선전 중인 듯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편치 않은 대목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출신 정준호 사장이 이끈다. 정 대표는 롯데쇼핑 첫 외부 인사다. 그는 신세계에서만 20년 이상 몸담았다. 2019년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GFR로 자리를 옮긴 뒤 2021년 11월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만 3년간 일군 성과에 관해서는 시각이 나뉜다. 내수 침체 속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거시변수를 걷어내더라도 눈에 띄는 ‘트로피’가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쟁사(신세계 13개·현대 16개) 대비 두 배 많은 32개 점포를 가졌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일구지는 못했단 평가다. 2017년 신세계 강남점에 국내 백화점 1등 자리를 내준 뒤 정 대표 재임 기간 이를 탈환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신세계 ‘럭셔리’, 더현대 ‘MZ세대’ 등으로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한 경쟁사와 달리, 롯데만의 차별적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했단 평가도 아쉽다. 이 탓에 정 대표의 경우 올 정기 인사에서 연임 시각이 우세하지만, 입지가 다소 위축됐단 시각도 존재한다.

편의점(코리아세븐), 이커머스(롯데온) 등 다른 유통 채널 성적표는 더 심각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적자의 늪에 허덕인다. 업계 양강 CU와 GS25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커머스 시장 제패를 노리고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온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 적자를 내며 버티다 결국 지난 6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다시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 2분기 호텔롯데는 영업손실 526억원을 기록했는데, 1분기(-27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매출 약 70%를 차지하는 면세점 부진이 뼈아프다. 롯데면세점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리밸런싱 ‘감감무소식’

희망퇴직·임차료 절감만

상황이 이렇지만,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속도감 있는 사업 구조 재편이 눈에 띄지 않는단 평가다. 올 들어 신동빈 회장이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은 것에 비춰 이례적인 현상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매각으로 성장 전략 전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어 지난 8월 롯데지주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롯데그룹이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 것은 과거 신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던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작금의 롯데그룹 위기가 총수 부재에 버금갈 정도라는 의미지만, SK그룹 등에 비춰 속도감 있는 사업 재편 측면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 경영 전략은 기존 사업 효율성 추구, 부진 계열사 경영 진단과 매각,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한 핵심은 부진 계열사 경영 진단과 매각이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거래는 드물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일부 비핵심 사업 정리, 부진 계열사가 희망퇴직에 나서거나 임차료를 아끼려 계열사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떠나는 정도다.

지지부진한 사업 구조 재편의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롯데가 거느린 자산과 계열사 대부분은 경기 변동성이 높은 소비재에 속한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최근 M&A 시장에서 소비재 관련 기업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분위기다.

둘째,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계열사 상당수는 이미 현금흐름 창출 역량이 훼손된 상태다. 잠재 매수자와 매각가를 두고 이견이 클 수 있다. 이 탓에 보수적 성향이 짙은 롯데그룹 인수합병 기조와 맞물려 비주력 계열사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매각 사례를 돌아보면 외부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강했지만 전략 정렬, 사업 구조 고도화 등의 목적에서 이뤄진 매각은 찾기 힘들다”고 돌아봤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사업, 롯데케미칼 해외 사업, 우리홈쇼핑, 롯데알미늄, 기타 비주력 사업부 등 숱한 자산이 잠재적 매각 대상으로 IB업계 물망에 올랐지만, 진성 매각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금흐름이 좋은 매물은 내놓지 않고 내놓을 만한 거래 건은 시장 외면을 받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롯데건설발 PF 위기나 석유화학, 유통 부문 부진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전했다.

롯데케미칼 LC타이탄 매각이 난항을 겪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지분 약 75%를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사다. 석유화학 기초 소재인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주로 생산한다. 2010년 인수 뒤 기업가치가 한때 인수가의 2.5배까지 올랐으나 최근 상황은 돌변했다. 최대 구매처였던 중국 기업이 기초 소재 자립에 속도를 내면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22년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영업손실 612억원을 냈다. 올 상반기도 순손실 1140억원을 기록했다.

멈춰 선 지배구조 정비

신유열 ‘원롯데’ 시대 열까

자연스레 지배구조 재편도 뒷전에 밀린 분위기다. 롯데그룹 숙원 과제는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통합 경영의 실질적인 구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얽히고설킨 한일 롯데 지배구조 실타래를 정리하는 게 첫 단추다.

특히 롯데그룹은 한일 간 복잡한 지배구조로 신동빈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에 제약이 따른다. 롯데 지배구조는 크게 광윤사 → 일본 롯데홀딩스 → 호텔롯데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는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신동주 회장 지분율(50%)이 동생 신동빈 회장(39%)을 앞선다. 한일 롯데 실질적 지주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지만 현 지분 구조상 신동주, 신동빈 회장 누구도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도다. 캐스팅 보트를 쥔 쪽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를 쥔 광윤사가 아니라, 종업원지주회(28%)와 임원지주회(6%)다. 현 지배구조상 종업원지주회 등이 밀어주는 인물이 한일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이에, 롯데는 2015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서둘러 일본계 지분을 희석하고 한국 롯데지주와 합쳐 ‘통합 지주사’ 설립에 속도를 내려 했으나 대내외 악재로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태다. 면세점 실적 부진과 일본계 주주 간 이해관계 등으로 호텔롯데 상장은 여의치 않게 됐다.

신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로 승계도 큰 숙제다. 롯데그룹에선 신 전무 승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신사업 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한다. 다만, 신 전무의 승계 정당성 확보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당장 롯데지주 주도로 지난 2022년 설립됐던 롯데헬스케어는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는다. 롯데헬스케어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였다. 첫 사업 아이템은 국내 스타트업 기술 도용 의혹으로 좌초된 데 이어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제대로 성과를 못 냈다. 지난해 매출 8억원, 영업손실 229억원에 그쳤다. 롯데그룹이 헬스케어에 대해 비교적 ‘빠른 손절’에 나선 것도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승계 교두보를 닦는 게 갈급한 과제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 2022년 영업손실 76억원을 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8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경쟁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1조1137억원)과는 비교 불가다. 주력 계열사 현금흐름이 위축돼 후발 주자로 ‘닥공’ 투자에 나서기도 녹록지 않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으로 대규모 장치 산업과 속성이 유사하다. 성장 초기 시장 지위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야 하지만, ‘빚 줄이기’가 지상 과제인 롯데그룹 입장에선 금융권 차입을 늘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재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사모펀드(PEF) 개입으로 분쟁이 빈발한 것도 롯데그룹 입장에선 탐탁지 않다. 롯데를 비롯 대다수 국내 대기업은 3, 4세 오너 경영인으로 승계 과정에서 선대에 비해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50%가 넘는 상속세를 감안할 때 이들이 선대 경영인과 대등한 수준의 소유 기반 지배력을 승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창업자 가문 일원이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었더라도 경영 성적이 신통치 않거나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지면 전략적·재무적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승계 정당성을 집중 공격받을 수 있다. 신 전무 역시 지배력이 취약하다. 신 전무는 지난 6월 처음 롯데지주 지분 7541주를 사들였다. 규모는 약 2억원 수준에 그친다.

지배구조 정비에 병목이 생긴 가운데, 롯데지주 자사주(32.5%)를 향한 시장 시선이 따가운 점도 그룹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 설립 과정에서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국내 상장 대기업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밸류업 기조가 거센 작금의 상황에 비춰 자사주를 오너 일가 지배력 확대에 썼다간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롯데그룹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2018년 11월 보통주 소각(1165만7000주·10%), 2022년 2월 우선주 소각(18만2020주·18.43%)을 단행했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밸류업 공시는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악화한 현금 창출력 탓에 차입금 부담은 커진다. (롯데백화점 제공)
돌파구 찾아 나선 롯데

재무 안정·체질 개선 가속

롯데그룹 각 계열사는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차입금 부담을 덜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한편,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사업 구조 재정비도 서두른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로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이 뼈대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올해와 2025년 총 1조4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아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법인(롯데케미칼USA) 산하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유상증자 후 지분 매각으로 6600억원을 연내 조달한다. LCLA는 미국에서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2025년엔 인도네시아 법인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LCI) 지분을 활용해 7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LCI는 에틸렌, 프로필렌(PL), 폴리프로필렌(PP), 부타디엔(BD) 등 다양한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 총 2조원까지 자금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포트폴리오 조정도 단행한다. 경쟁력을 잃어버린 기초화학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을 꾀한다. 우선,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롯데우베합성고무(LUSR)를 포함, 롯데삼강케미칼·롯데케미칼자싱 등 해외 생산법인을 처분하기로 했다. 곧 청산 예정인 파키스탄 법인을 포함하면 롯데케미칼 해외 생산법인은 18개에서 14개로 줄어든다. 국내 공장 생산 규모도 줄이고 있다. 올 초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재배치 관련 공지를 발표했다. 486명인 직원 규모를 400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을 롯데정밀화학·롯데이네오스화학이나 여수·대산 사업장 등으로 보내는 내용이다. 롯데케미칼은 최종적으로 기초화학 비중을 3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유통 사업군은 쇼핑몰로 돌파구를 찾는다. 롯데백화점은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 인천 송도,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 등에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기존 7개 아웃렛을 재단장해 쇼핑몰로 전환한다. 브랜드 이름은 ‘타임빌라스’다. 현재 롯데 유통은 마트·슈퍼를 제외하면 전 유통 채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몰과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등이 고성장을 기록하자 쇼핑몰 사업에 자신감을 가진 분위기다. 롯데월드몰은 롯데백화점이 운영을 시작한 2021년 이후 매년 25%씩 성장했다. 호텔롯데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올 8월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11월 6일에는 호텔사업부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중복 업무 해소와 조직 역할 재정비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격랑 속 롯데그룹 인사 관전 포인트는
롯데지주 등 부회장단 4인 거취 촉각
재계 정기 인사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내놓을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롯데그룹 정기 인사 관전 포인트는 4인의 부회장단이다.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은 그룹 컨트롤타워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8월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내정된 뒤 다음 해 11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에 올랐다.

롯데지주에서 일군 공과에 관해서는 시선이 나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출범을 주도했다는 공이 있는 반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지만 전사적으로 속도감 있는 쇄신이 단행되지 못했단 평가가 나오는 건 부담이다. 일각에선 부회장단을 포함 최고경영진 상층부를 대거 교체할 경우 조직 정비 등에 적잖은 시일이 소요돼 사업 재편이 오히려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 거취도 주목받는다. 이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성공적으로 합병해 롯데웰푸드 초석을 다졌단 평가다. 이 부회장은 한일 ‘원롯데’ 전략 아래 롯데웰푸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어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현재로서는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김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적잖은 공을 들여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다. 단기 성과만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짓기보단 보수적인 롯데 유통군 조직문화를 쇄신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거취도 관심사다. 박 부회장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사장을 맡다 2022년 말 부동산 경기 침체로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박 부회장 임기는 오는 12월 만료된다.

롯데건설 자금 조달 구조 다변화로 급한 불을 껐단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과 박 부회장은 1960년생 동년배로 롯데그룹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연장자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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