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들도 '천공·여사' 언급... 한반도 국지적 충돌 우려"
[이영광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면제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슬로바키아·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안도라·모나코·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미일에 치우친 외교로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데 비자 면제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중국의 비자 면제 결정에 대한 해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중국의 입장,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지난 11일 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와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 박종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
ⓒ 박종철 제공 |
"중국에서는 미국의 선거제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론 조작이 심각하고 민주주의가 합의에 기반하기보다 다수의 폭력적인 형태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자체가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주창하지만,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주의자이며, 군산복합체에 둘러싸인 전쟁광 해리스와의 대결이었다고 폄훼해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둘째, 중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았습니다. 양측 모두 반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트럼프의 무역 관세 전쟁보다는 바이든의 나토 확장이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더욱 나쁘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나쁜 인연이지만,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오래된 친구로서 그나마 낫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 트럼프를 중국의 오랜 벗이라는 평가는 의외인 거 같아요. 우리 생각에는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낫다고 생각할 것 같거든요.
"트럼프 시기 무역 관세전쟁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중경제무역 협력의 정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했지만, 전방위 압박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중국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식 압박은 오히려 '중국제조 2025'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방아쇠 역할을 하며, 첨단기술 경쟁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인식도 상당합니다. 외교·안보 면에서 해리스 주변에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따른 전쟁 지속을 희망하는 매파가 많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 트럼프 2기의 중국 때리기가 향후 더욱 심화될까요?
"트럼프 정책이 1기 때보다 좀 더 세련되고, 체계적이며 강력하게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대중국 포위망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4년으로 끝나기 때문에 초반 1~2년만 정책이 강력하고, 후반기는 백인 중심에 따른 분열로 미국이 혼란에 빠지며 정책수행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동맹과 비우호국 모두 때리기를 했었고, 이에 외교 안보 정책에 따라서 현재 중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협력이 더욱 촉진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기이든 바이든 시기이든 중국과 주요 선진국의 경제무역 협력은 촉진되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미 한번 트럼프를 경험했었고, 업그레이드된 트럼프에 대하여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당시 높은 대중 관세와 많은 물품의 대중 금수조치로 인하여, 중국은 타격을 받았지만, 미국은 더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높은 관세와 금수조치로 중국은 미국 외에 다른 많은 국가와 교역을 확장했고, 특히 제3국을 경유한 양국의 교역이 증가하는 역설을 낳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3의 국가에서 상호 물품을 조달하거나, 제3지대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이 무력화되었다는 점입니다."
- 북한이 러시아 군대를 파병했잖아요. 이것을 중국은 어떻게 보나요?
"제가 최근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을 만났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적대적 교전국을 선언한 북한이 폭풍 군단과 같은 정예 병력을 파병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중국 학자들은 오히려 후방지원을 위한 공병부대가 중심이며 이들을 경호하는 일부 전투 병력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북러 사이에 중국과 협의 없이 북한군을 파병하고 무기 지원과 첨단 군사기술을 교류하고 있고, 중국도 내부 상황을 모르고, 사후 통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러시아보다는 북한에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요. 또 북한군의 파병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연합군사훈련의 명분이 되어서, 한반도 주변에 군사 대치를 강화하고, 중국 주변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서울 주변에서 핵무기 투하 훈련을 하고 있고, 미국의 항모와 첨단 정보 전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의 황해, 즉 수도 주변까지 탐색할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비우호적 행위에도 중국에서 경고할 수 없는 것이 원인 제공을 미국과 한국이 했다고 보고 있어요. 만약 북미 하노이 회담이 잘 진행되었다면, 현재 북한의 비핵화는 상당히 진전되고, 북한은 친중친미 국가로 변모하고,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가 설치되어 있을 겁니다. 이것을 걷어찬 것이 미국 트럼프입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서 말로만 평화를 내세우고 실천이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 사람들은 '기만했다'고 평가하는데, 중국에서 이를 변명해줄 수 없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 악화는 북한 잘못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도발이 먼저였다고 중국은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러시아는 무력화시켰는데, 중국은 미국과 연합하여 준수하고 있다고 북한은 보고 있어요. 이 점에서 북한 당국은 중국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어요."
- 지금 북중 관계는 어떤가요?
"2023년 국경 개방 이후, 북한은 중국에 무리한 수준의 무역 범위를 요구하며 노동자의 재파견 요구했지만, 중국은 신규노동자 파견에 대해 입장 표명하지 않고 중국에서의 신규 인력에 대한 노동 허가를 하지 않고 있어요. 현재도 중국 내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 이상이고 주로 북·중 국경에서 노동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2023년 상반기 대비 대략 20% 전후 귀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기시다 일본 총리는 적극적으로 북일 교섭을 하며, 몽골에서 2차례, 기타 지역에서 2차례 고위급 협상을 했지만, 일본마저도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진지하지 않았기에, 북한은 외교·안보적 돌파구와 파병에 따른 경제적 고려에 따라서 북러 동맹조약을 체결했다고 중국은 인식하고 있어요. 또한 트럼프와의 협상에 대비하여, 미 대선 국면에서 북러 관계를 촉진시킨 바이든의 무능을 부각시키고, 북한은 파병 문제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 중국이 우려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중국이 우려하는 점 중에 하나는 향후 평화 협상입니다. 트럼프의 중재하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진척되고, 푸틴의 중재하에 미국과 북한의 평화 협상이 진척되는 겁니다. 따라서 관련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이 패싱당할까 우려하고 있고, 협상전략의 하나로 푸틴이나 김정은이 트럼프를 중재하도록 유인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중국 전문가들 역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조치라고 보고 있어요. 올 상반기 당을 중심으로 한국 국회의원, 국립대 교수, 일정 지위 이상의 공무원, 기업인 등 단계적 비자 면제 조치가 논의되었다고 합니다. 올 하반기 중국 인민 외교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한국 측 보수적 전임 외교관, 학자 등 초청하여 1.5트랙 회의 했는데, 윤석열 정부와 대화를 연결할 인물이 없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중 사이에 정상회담도 없고, 대화를 연결한 한국인 인물도 없는 상태에서 중국 당국이 직접 한국 국민에 정부를 거치지 않고 선물을 제공하는 공공외교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 지금 한중 관계는 어떤가요?
"초기 윤 대통령이 사드 설치나 타이완 문제 등에 대한 발언을 해서 중국 당국에서 상당히 격앙되었고, 2023년 한미일 3국 정상회담으로 반중 노선이 더욱 노골화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국 측은 대중 강경 발언과 달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총리 파견을 했습니다. 또, 지난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에서 먼저 회담을 제안하여, 중국 측이 어리둥절해진 면도 있죠. 외교적 수사와 정책의 실천이 상당히 불일치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나 전임 대사들, 또 많은 교수 초청해서 1.5트랙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화 중 거친 발언이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중국 측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하고, 또 보수적 전문가들과 윤석열 정부 사이에 별다른 정책 조율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도 경제도 차가운 상태인데, 중국 측은 한국 국민에게 공공외교로서 우호적인 메시지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전문가들, 천공 인터뷰... '여사가 중심돼야' 얘기 들었다고 해"
- 중국에서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번에 중국에서 만난 중국 측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예측 가능하고 단순한 인물로 인식하고 있으며,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2022년 여름에 중국 전문가들과 우리나라 지방에서 회의를 했는데, 당시 서울에서 활동하던 중국인 전문가들은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에 대한 고려 없이 부실 공사되었고 일부 횡령도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더군요.
그리고 또 천공과 건진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권력 투쟁을 했다는 등의 의혹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여러 중국 전문가가 천공과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 '여사님의 시대를 연다', '여사님의 외교를 해야 된다', '대통령보다도 여사님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천공이) 대통령의 향후 일정과 같은 보안 사항 등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회의에 참석한 우리 측 전문가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황당해했습니다.
2022년 가을, 천공 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와서 몇 차례 만났는데 중국 전문가들이 말하는 그대로 설명하더라고요. 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개된 공간에서 여사님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이 평가를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해 설명하면서 하대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또 천공이 자기가 여러 정부 부처를 돌면 자연스럽게 정책이 이루어지고, 인천공항이나 많은 공기업, 국립대학의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사 교과서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만남 이후 2년이 지나서 보니, 중국 전문가들의 정보력인지 통찰력인지는 몰라는 한반도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실의 보안이 뚫려 있다고 지적했는데, 2023년 미국 국방부 기밀 유출 사건 때 윤석열 대통령실 내부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 방한 공식 환영식에서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중국은 향후 한반도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트럼프의 정책이 한반도를 안정화시킬지 더욱 기름을 부을지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 실천이 어떻게 될지는 내년 1월까지 백악관 참모와 관련 장차관 등의 임명을 보면서 판단할 듯합니다. 다만 지도자 리스크가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윤석열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 보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중국학자들이 윤 대통령을 싫어하고 있어서, 이런 식의 전망이 많습니다.
외교적으로 윤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이 주변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데요. 트럼프는 국내 지지율이라는 윤 대통령의 약점을 이용하여, 바이든보다 더 잔인하게 한국에 많은 경제적 이익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자발적으로 내놓게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리고 북미 직접 협상 과정에서 푸틴을 거치는 방식을 해, 윤석열 패싱이나 시진핑 패싱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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