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협의체 막판 타결…수수료 '2~7.8%' 차등 적용

이우림 2024. 11.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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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초부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최고 중개 수수료율이 현행 9.8%에서 7.8%로 낮아진다. 대신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비가 건당 최대 500원 더 늘어난다. 입점업체 4곳 중 2곳은 회의 도중 반대 의사를 밝히고 퇴장했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올렸다. 이는 조삼모사나 다름없다”는 불만에서다.


4개월 대장정 끝에 막판 합의…최고 수수료율 2%p↓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14일 제12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최종 상생안을 발표했다. 상생안에 따르면 배달앱 점유율 1·2위인 배민·쿠팡이츠는 현행 9.8%인 중개 수수료율을 가게 매출액에 따라 2~7.8%까지 차등 부과한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현재 1900~2900원 수준인 배달비는 0~500원 더 올린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된 ‘배달앱·입점업체 간 상행협의체’가 4개월간의 협의 끝에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매출액 상위 35% 업체에는 수수료율 7.8%와 배달비 2400~3400원을 적용한다. 현행보다 수수료율이 2%포인트 낮아진다. 매출액 상위 35~50% 업체엔 수수료율 6.8%에 배달비 2100~3100원을, 상위 50~80% 업체엔 수수료율 6.8%에 배달비 1900~2900원이 적용된다. 하위 20%는 수수료율 2%에 배달비 1900~2900원을 적용한다.

김주원 기자


예컨대 2만5000원어치를 주문받았을 경우 상위 35% 업체는 지금과 차이가 없다. 수수료가 500원 낮아지는 대신 배달비가 500원 더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하 구간부턴 점주들의 이득이 점차 늘어난다. 매출액 기준 ▶상위 35~50%는 배달 건당 550원 ▶50~80%는 750원 ▶하위 20%는 1950원이 지금보다 이득이다. 상위 35% 업체들도 2만5000원보다 높은 금액을 주문받는다면 지금보다 이득이다.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내부 시스템 정비 작업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수수료 체계 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다.


상생 첫 걸음 떼…일부 소상공인 불만


문제는 입점업체 안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점이다. 회의에 참여한 입점업체 4곳(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국상인연합회) 중 2곳(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은 최고 수수료율을 5%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결국 회의 도중 퇴장했다. 두 단체에는 모두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치킨·피자 등 음식점주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실제 일부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장수 전국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수수료율 인하 폭이 너무 낮다. 합의안대로라면 2만5000원 이상 주문이 들어와야 이득인데 카페 배달로 그 정도 주문은 하루 1~2건 나올까 말까다”라며 “오히려 배달비 부담만 늘었다”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배민이 수수료율을 9.8% 올리기 전 최고 수수료율이 6.8%였는데 이보다 더 후퇴한 안”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힌 두 협회에는 배달 매출이 크지 않은 업주들이 모여 있어 전체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안은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상생의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합의가) 늦어질수록 소상공인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최종 수정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이번 상생안이 점주들의 피해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향후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들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독점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적절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제 막 상생안이 나왔기 때문에 당장 추가 입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추후 상생 논의가 지속되기 위해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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