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무전공 확대로 기준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황 고려해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4일 마무리됐다. 올해 대입은 의대 증원에 따른 n수생 증가,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입학) 확대 등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역대급 혼란이 예고된 상황이다. 그래서 입시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 전략을 잘 수립하면 혼란을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평소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 대입 전략을 구체화하라고 조언한다.
가채점은 빠르고 정확하게 마무리한다. 자신이 쓴 답을 적어 나왔다면 괜찮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정답 여부가 모호하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야 입시 전략의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채점으로 나오는 원점수를 바탕으로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추정해야 한다.
가채점을 토대로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수험생 입장에선 가혹한 일이지만 대입 제도가 그렇게 설계돼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먼저 수시 모집에서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최저기준)을 충족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게 확실하면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서 헛심 쓸 필요 없다.
다음은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추려내는 것이다. 정시 원서접수까진 아직 시간이 있지만 이른바 ‘수시 납치’를 피하려면 필요한 작업이다. 수시에서 어느 한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 지원 기회는 박탈된다. 예상보다 성적이 좋아 수시에 지원한 대학보다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데 수시에 합격해 잘 받은 수능 성적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입시 현장에선 ‘수시 납치’라고 부른다.
가채점 점수가 예상보다 높아 정시에서 상향 지원이 가능하다면 대학별 고사 응시를 포기해 수시 합격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평소보다 성적이 비슷하거나 낮게 나왔는데 최저기준을 충족한다면 대학별 고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올해같이 입시에서 변수가 많다면 판단은 보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대 증원 여파로 실력파 n수생이 대거 수능에 응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시 합격에서 합격 가능한 대학이나 최저기준 충족 여부를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의대는 입시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다. 중복 합격자들이 연쇄 이동하므로 이과 입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이과생의 문과 교차 지원이 활성화돼 문과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39개 의대(차의과대 제외) 4610명이다. 전년도 대비 1497명 증가했다. 서울·수도권 1326명, 비수도권 3284명으로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된 인원이 2.5배 많다.
지역의 거점 국립대 의대로 모집 인원이 많이 배정됐다. 서울·수도권 의대와 비수도권 의대에 중복으로 합격한 인원은 비수도권 의대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의대의 모집 인원이 대폭 늘어났으므로 추가 합격에 따른 연쇄 이동이 예년보다 커질 전망이다. 의사단체들은 추가 합격을 제한해 실질 모집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대학들이 예정대로 의대생을 선발하라는 입장이다. 정부 입장이 확고하므로 동요하지 말고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다수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모집 인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낮아질 거로 내다본다. 특히 지역 고교 졸업자끼리의 제한 경쟁이 이뤄지는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더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실력 있는 n수생이 대거 유입됐을 경우 하락폭은 미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올해 n수생은 16만1784명으로 2004학년도 이후 최대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입시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차분하게 수능 점수를 분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무전공 입학 정원 증가도 올해 입시의 변수다. 2025학년도 정시 무전공 선발 인원은 모두 1만4351명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입학해 보건의료 및 사범대 등을 뺀 어떤 전공이든 선택 가능한 ‘유형 1’은 서울대와 고려대 등 89개 대학에서 7153명을 뽑는다. 문·이과 계열이나 단과대 내에서 전공을 택하는 ‘유형 2’는 전국 69개 대학에서 7198명이다.
유형 1은 수학 선택과목의 격차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생이 수학 점수를 따로 산출하지 않고 통합해 산출하고 있다. 문과생은 주로 확률과 통계, 이과생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택하고 있다. 2024학년도의 경우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원점수 만점자 점수)이 148점, 확률과 통계는 137점으로 11점차가 났다.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모든 문항을 맞혀도 미적분 선택자에게 밀리는 것이다. 유형 2는 국어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의 유불리가 당락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의대와 무전공 선발이 크게 확대된 해로 과거 기준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수능 이후 각 학교와 입시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예측치와 통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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