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대신 콘솔로 채운 지스타…장르·플랫폼 다양화, K게임의 승부수 [팩플]

윤정민 2024. 11. 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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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이란 새 디바이스를 통해 글로벌화도 되고 시장도 크게 확대했지만, 지금은 다시 정체 상태다. 앞으로 어떤 미디어나 플랫폼이 우리 게임 산업을 새로운 성장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무슨 일이야


1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막한 ‘지스타(G-STAR) 2024’ 현장을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넷마블 뿐 아니라 모든 한국 게임사들이 안고 있는 고민, 10년 넘게 한국 게임산업 필승 공식이었던 모바일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비즈니스모델(BM)을 뛰어 넘는 것이다. 지스타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1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4' 현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지스타는 17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연합뉴스

이번 지스타에는 44개국 1375개 게임사들이 참가, 3281개 부스 규모로 전시관을 꾸렸다. 지난해 3250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넥슨·넷마블·크래프톤·펄어비스·웹젠 등 한국 게임의 전성기를 이끈 주요 게임사들도 대규모 전시관을 꾸리고 향후 출시할 신작을 미리 공개했다.


이걸 알아야 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3년전까지만해도 전시관 대부분을 차지했던 모바일 기기가 크게 줄어든 것. 업계에서 15년간 일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몇년전까지 지스타에서 게임 시연을 위해 설치한 기기의 70~80%가 스마트폰, 모바일 기기였다”며 “올해는 PC나 콘솔이 대부분이고 주요 신작 중 모바일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 게임 산업 트렌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14일 '지스타 2024'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BEXCO) 넷마블 부스를 방문,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국내 게임사들은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경쟁심을 부추기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로 큰 성장을 이뤘지만 최근들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모바일 게임 시장인데다 ‘싸고 빠르게’ 양산형 모바일 게임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들도 늘어났기 때문. 게다가 이용자들이 과금을 많이 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P2W(Pay to Win) 과금 모델이나 비슷비슷한 인공지능(AI) 자동 전투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큰 이유. 인기 게임들이 여전히 많은 매출을 내고 있긴 하지만,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전략을 수정해 다른 플랫폼과 장르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럼 뭘 만들어?


기존 ‘K게임’의 전형을 탈피하려는 게임사들은 콘솔, 그리고 ‘장르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선 PC와 모바일에 비해 작은 시장이지만, 한국 게임사들이 목표로 하는 북미와 유럽, 일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아크 레이더스’가 콘솔·PC로 동시 발매하며 넷마블의 ‘몬길: 스타 다이브’, 크래프톤의 ‘하이파이 러쉬’,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 등 주요 게임사들이 모두 콘솔로 할 수 있는 게임을 출품작에 포함시켰다. 장르 역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붉은 사막), 온라인 배틀로얄(슈퍼바이브), 리듬게임(하이파이 러쉬), 생활 시뮬레이션(딩컴 투게더) 등 ‘비 MMORPG’가 더 많았다.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차지했지만, 방준혁 의장은 이날 “이전에는 ‘일단 모바일로 나오고 그 다음에 PC로 연계한다’였는데, 몇년전부터 모바일과 PC를 동시에 내고 있다. 지금의 전략은 앞으로 2~3년 후 나올 게임들을 모바일과 PC·콘솔을 같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脫) K게임’, 가능해?


14일 개막한 '지스타 2024'현장에서 신작 게임을 체험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송봉근 기자

플랫폼과 장르 다변화가 필수라는 점은 모두 동의하지만, 아직 벽을 넘어선 곳은 많지 않다. 콘솔 게임 개발엔 시간과 돈이 많이 들며, 기존 온라인·모바일 게임처럼 일단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도를 확 높이기가 어렵다. 한번에 완결성 있는 스토리와 게임성을 갖춰서 내놔야 하는 것. 오래 공을 들이는 만큼 실패했을 때 타격도 더 크다.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조차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몇몇 게임이 가능성은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P의 거짓’과 올해 최우수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스텔라 블레이드’가 대표적.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몇년전까지는 한국이 콘솔 불모지 소리를 듣고, 콘솔 도전작들도 백이면 백 실패했지만 두 게임이 꽤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넥슨이나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같은 대표선수들이 1000만장 이상 판매되는 대형 콘솔 게임을 내면 국내 개발 역량이나 토양이 확 바뀌고 모바일 시대처럼 세계 게임 시장의 주류로 다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추천! 더중플 - 격동의 K게임 산업

「 ①20년차 ‘노장’들이 버텼다, 넥슨을 지옥에서 구한 그들[넥슨연구①]
불과 몇 년 전,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넥슨이 살아 돌아왔다. 아니, 부활을 넘어 독보적 1위로 질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들이 끝 모를 침체기에 접어든 현 시점, 넥슨은 어떤 혁신으로 위기에서 벗어났을까. 넥슨을 여타 게임사와 다르게 만든 원동력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4136

②“‘18세 청불’ 벗어볼게요” 주가 폭락한 엔씨의 전략
한국 게임산업 황제로 불렸던 엔씨소프트가 추락하고 있다. 100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5분의1 토막이 났고, 실적도 함께 폭락했다. 엔씨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이제 무슨 일을 벌일까. 엔씨, 부활의 단초는 무엇일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8643

③주가 반토막 어쩔 거냐고? ‘배그’ 그 회사가 믿는 구석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 게임 회사 중에 글로벌 공략에 있어 진짜 성공했다고 할 만한 회사는 아직 한 곳 밖에 없다. 바로 크래프톤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 게임의 폭발적 성장세가 꺾인 시기, ‘PUBG: 배틀그라운드’를 탄생시킨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미래 계획은 무엇일지 직접 들어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591

④모두 “리니지 라이크” 외칠 때…혼자 ‘P의 거짓’ 콘솔로 간 남자
한국 게임은 철저하게 PC와 모바일 온라인 게임, 그리고 ‘리니지류’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집중은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그만큼 다른 부분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네오위즈는 ‘P의 거짓’으로 콘솔의 문을 두드렸고 이례적인 성공을 일궈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9263

부산=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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